단테일기

일상과 어우러지는 일기, 글쓰기

단테, 2009. 10. 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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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탐욕과 공포 / 김규항

 

 

[한겨레] 넥타이를 매고 출근한 사람이 산을 오르고 땀흘려 사업을 일구던 사람이 노숙자로 전락하던 이른바 구제금융 사태의 충격 이후 한국인들은 공포에 빠졌다. 내가 생존의 위기에 빠지면 사회도 국가도 구해주지 않는다는 공포는 '내 새끼의 생존'에서 더욱 극단화되어 한국인들은 내 아이 교육 문제에 올인하게 되었다. 물론 이건 모든 한국인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극소수의 지배계급은 돈으로 승부가 나는 교육 경쟁에서 전보다 더 손쉽게 일류대학을 제 아이들로 채워가고 있다. 그건 분명히 공포가 아니라 탐욕이다.

그러나 탐욕에 의해서든 공포에 의해서든 오늘 모든 한국의 부모들이 좋은 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선 같다. 좋은 세상은 좋은 체제나 제도뿐 아니라 좋은 인간들을 필요로 한다. 사회 성원들과 사회 체제는 서로 반영되며 순환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를테면 독일 같은 사회에서 이명박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 덜 이기적이며 돈과 물질적인 것보다는 인간적인 가치를 좀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족한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

한국은 박정희 이후 50여년 동안 경제만 강조되어 이미 천박한 사회인데다, 이젠 아예 아이들을 경쟁이라는 유일한 교육관으로 키워냄으로써 더욱 천박하고 비인간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게 바로 오늘 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현존하는 그 어떤 가치도, 이명박 반대를 외치다가도 아이가 학원에 다녀왔는지 확인하는 '위대한 촛불광장'도 이 문제를 넘어서진 못한다. 대체 누가 이 거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나갈 것인가? 탐욕에 젖은 지배계급? 소가 웃을 일이다. 공포에 젖어 가랑이가 찢어져도 하는 데까지 해보겠노라 이를 악문 사람들? 역시 어려운 일이다.

먼저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나 삶의 여건으로 보나 진보적인 경향을 가진 엘리트 혹은 인텔리들일 것이다. 물론 현재 그들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면에서 그들의 탐욕은 한술 더 뜬다. 보수적인 부모들은 단지 아이가 일류대 학생이 되길 바라지만, 그들은 아이가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일류대 학생이 되길 바란다. 젊어서 반체제 활동조차도 정치나 사회영역에서 주요한 경력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모습은 공포에 젖은 대개의 사람들에게 모든 진보적인 교육담론은 다 입에 발린 거짓말이라는 믿음만 키워간다.

자신이 진보적인 엘리트 혹은 인텔리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라도 이 문제에 정직한 고민을 하길 권한다. 사회를 위해 아이를 희생시키자거나 좋은 자질을 가진 아이를 무지한 상태로 살아가게 하자는 게 아니다. 대학을 무작정 보내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공부에 타고난 재능과 적성이 있다면 대학에 보내 좋은 학자로 성장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인민에게 봉사하는 의사가 되려 한다면 좋든 싫든 의대를 가야 할 것이다. 그런 특별한 경우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오히려 이런 경쟁체제에서 생존이나 승리가 과연 아이를 잘살게 하는 것인지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를 진보적인 사람들이 먼저 재고하자는 것이다.

아이가 인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누구보다 현명하고 성숙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를 주는 사람으로, 진정한 엘리트로 성장하는 데 대학이 필수적이진 않다는 걸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공포에 젖은 사람들이 교육 문제를 되새기고 제 새끼만 생각하며 무한정 탐욕을 부리는 지배계급이 더 이상 당당할 수만은 없게 만듦으로써 이 거대한 악순환의 고리에 균열을 내자는 것이다.
 

 


김규항 < 고래가 그랬어 > 발행인

 

 


  

 

[삶과경제] 공포로 유지되는 균형 / 유철규

     

 

[한겨레]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낙관하는 견해가 내외적으로 거듭 유포되고 있고 실제로 조금씩 경제가 호전되는 듯도 하다. 그 가운데 현재의 세계경제가 사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지를 다시 상기시키는 보도가 있었다.

영국 한 일간지에 따르면, 아랍국들이 중국, 러시아, 일본 및 프랑스와 함께 석유결제 통화를 엔, 위안, 유로 및 금을 포함한 통화 바스켓으로 대체하자는 논의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일결제 통화를 다변화해야겠다는 아랍권의 언급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손실상각 보도로 달러 가치가 급락했던 2007년 말에도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어 달러가 안전자산으로서 가치를 어느 정도 회복하자 이 논의는 수면 아래로 잠복했었는데, 올해 들어 다시 몇 차례 흘러 나돈 바 있었다. 이번에도 말만 하다 말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달러 급락에 따른 엔화 강세로 수출에 급격한 타격을 받게 되자 불과 수주 전에 달러 지지 발언을 해야 했던 일본이 여기에 동참했다는 것은 이들 나라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일부라도 드러내 준다.

2004년에 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로런스 서머스는 당시 달러화가 처한 상황을 두고 "금융 붕괴의 공포 때문에 유지되는 균형"(balance of financial terror)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공멸의 공포 때문에 핵무기가 핵전쟁을 억제한다는 논리와 같은 것인데, 이미 보유하고 있는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달러 가치를 떠받쳐야 하는 중국 같은 나라들의 고민을 잘 표현했다.

이 문제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개발도상국과 신흥공업국들이 생산과 복지에 투자되어야 할 재원을 엉뚱하게 달러채권에 묻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용이 매년 이들 국내총생산(GDP)의 1%에 이른다는 계산도 나온 적이 있었지만, 중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2007년께의 추산으로 중국은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에 이르는 수조달러의 달러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막대한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달러자산을 끝없이 사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중국이 안 사면 달러가 폭락할 테니까. 당연히 중국은 겉으로는 달러 지위를 지지해야 하고 속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 위에 세워진 국제금융질서를 지탱하던 "공포의 균형"이 더는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러면 그 균형의 조정, 이른바 '결산의 날'은 어떤 모습일까.

대략 상상하자면 미-중 간의 불균형이 조정되는 방식은 크게 두어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예전 1980년대 중반에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달러 가치 하락의 부담을 군말 없이 져주는 경우이다. 미국의 이익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길이다. 만약 이게 별로 현실성이 없다면 국제적 협조에 의해 계획적이고 점진적으로 달러 가치를 조정하든가 아니면 달러 가치의 격렬한 급변동을 초래하는 두 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월가의 금융자본들이 누려온 기득권과 이익을 타파하는 조처를 피하려 할수록 두 번째 길의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왜냐하면 미국이 금융지배와 금융이익독점을 포기하지 않고는 점진적인 달러 가치 조정을 위한 국제적 협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의 비밀회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반복되면서 금융위기가 재발되는 형태를 띨 가능성이 엿보인다. 정부가 일부 경제지표의 개선이나 지지율 회복에 신나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 
    

 


 

 

매일 아침 한겨레를 읽으면 출근하는 요즘의 내 풍경은 하루하루 그날의 이슈들을 중심으로 한 논조, 내지는 일종의 글쓰기를 애시당초

기획해낸 것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글쓰기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가장 큰 연유는 첫째, 내 과중한 일과로 인한 피로거나 둘째,

그만큼 내 내공의 깊이가 얕다는 반증 정도가 아닐까 한다.

 

김규항님의 글처럼, 추상이 아닌 구체로의 상승을 이루기 위해선 좀 더 일상과 시사에 천착한 주제의식이 필요해보이기도 하고...

       

 

- 아무튼, 바쁘디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되짚어 읽은 신문에서 글 두편을 골라 이리 함께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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