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일기

출근길에 읽었던 홍세화 칼럼,

단테, 2009. 8. 27. 00:05

 

 

 

 

 

[홍세화 칼럼] 나쁜 정당, 나쁜 신문  (한겨레, 8/26)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말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한 오찬장에서 했던 말이다. 나쁜 정당, 나쁜 신문. 정명(正名)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수도 소중한 가치이기에 그 정당을 보수정당이라고 부를 수 없어 극우정당 또는 수구적 보수정당이라고 부르곤 했다. 또 그 신문들을 보수신문이라고 부를 수 없어 몰상식한 수구신문 또는 신문의 탈을 쓴 사익추구 정치집단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아주 쉽고 간단한 이름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통곡으로써 반역의 시대를 증언한 김 전 대통령은 정명으로써 또 하나의 가르침을 남겼다.

양심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구분할 줄 아는 인간성의 조건이다. 일생 동안 식민지 조선과 중국 땅에서 불의에 맞서 싸웠던 김학철 선생은 “편하게 살려거든 불의를 외면하라. 인간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하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가 ‘편하게 사는 것’과 ‘인간답게 사는 것’을 대비시킨 것은 그의 삶을 반영하듯 칼날처럼 정확하다. 그런데 오늘 한국의 세태를 꿰뚫는 “불의는 참고 불이익은 참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이들도 이 말을 비켜가지 않는다. 나쁜 정당이 집권하고 나쁜 신문이 영향력을 누리는 배경에 편안함을 추구하는 몸과 긴장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소수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놓여 있는 것이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이 7개월이 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참사 관련 조사기록 3000쪽을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방송법을 불법적으로 밀어붙였고, 물과 전기·의약품까지 끊는 상황에서 사쪽과 최종 합의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67명을 구속했다. 그런 정권이 화해와 통합을 말한다. 중국의 루쉰은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밖에 약이 없다고 했는데 미친 개가 몽둥이를 들고 날뛰는 듯한 상에 시달리는 것은 내가 불온한 탓이겠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양심을 멀리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모질고 뻔뻔한 정권을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쁜 정당, 나쁜 신문은 나쁜 기업과 함께 지배의 삼각편대를 이룬다. <나쁜 기업>을 쓴 독일 출신 저자는 “우리의 삶을 은밀히 지배하는 유명 브랜드 기업들이 비인간적인 노동착취, 아동노동, 독재정권과의 긴밀한 협력, 전쟁, 환경파괴로 엄청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고 고발한 바 있다. 외국 기업이 주로 브랜드의 가치를 강조한다면, 한국 기업은 국가경쟁력을 특히 강조한다. 한국의 자본권력이 국가권력, 언론권력과 긴밀히 유착하는 또 하나의 이유인데, 기업의 국가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처럼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돌아올 편안함의 몫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뉴타운 공약이나 ‘747’과 만난다.

분명 나쁜 정당, 나쁜 신문이지만 다수가 그들을 멀리하기는 쉽지 않다. 윤리적 소비가 그렇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양심의 부름에 따라 불편함을 선택할 때 그 길이 조금씩 열릴 것이다. 그런 사회 구성원은 앞으로도 소수에 머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싸워왔는데 이 정도밖에 인간적인 사회를 이루지 못했나”라고 말하는 대신 “이나마 덜 비인간적인 사회를 이룩한 것도 소수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애쓴 결과다”라고 말해야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좌절, 절망, 한탄에 빠져선 안 되기 때문에.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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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전철 안에서 읽었던 홍세화 칼럼을 두고 오늘 일기를 써야지 하는 생각이

하룻동안 내내 일에 치여서 이제서야 그 일기를 써낸다...

 

그냥 좀,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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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매우 좋은 글.  - 좋은 글은 언제고 마음과 정신과 영혼을 정화시킨다.

 

 

P.S. 아침에 한겨레를 읽는 의미는 그래서, 매일 남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