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노트/철학노트

커밍아웃한 성전환자, 리버럴리스트 금붕어, 그리고, 비행기타는 좌파꼴통

단테, 2009. 5. 19. 12:40

 

 

 

당대의 시인 김지하가 드디어 황석영 사태에 관해 일침을 가했는데,

이른바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만드는 얘기들을 쏟아냈다.

황석영의 사상적 신조는 좌/우를 넘나들 자유가 충분하며

또 반드시 일관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문열까지 거론됐었는데 "그의 작품 중 쓸만한 게 뭐냐"는

아주 심한 얘기까지 했다는구나...

 

김지하 인터뷰 기사 참조

 

 

이 사태의 시발점은 다름아닌 소설가 황석영의 이명박 정부 두둔성 발언이었다.

그는 현 정부의 모토인 "중도실용"을 인정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하며

동시에 애꿎게도 현 좌파세력의 운동방식이 "낡고 구태의연"하다고도 했단다...

 

 

하물며 그의 "전향"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만한 이번 일로 인해 그는 해명을 위해

별도 인터뷰를 할애하기까지 해야 하는 수고를 겪고 있다...

   

황석영 최근 인터뷰 기사 참조

 

 

오늘은 설상가상으로, 전번의 황석영 비판에 앞장섰던 진중권 교수가 김지하의 비판에 대해

역공을 가했구나... 늘 느끼는 바 그대로, 그의 비판은 항상 독설과 비아냥투 일색이다. 듣는

사람이 기분나빠할 정도로 말이지. (아마 그게 그의 화법이거나 의도거나 상관없게 말이다.)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 좌/우 또는 진보/보수 진영 내지 엇비슷한 대립구도를 형성해두고

서로 적군과 아군을 구별해내느라 힘을 쏟아온 게 우리나라의 정치사라는 건 다 아는 사실.

 

그럼에도, 며칠전에 있었던 MBC 100분토론마냥 서로 언어폭력만큼은 좀 자제해주길 당부

또는 부탁하던 손석희 아나운서의 제안조차 이 대목에선 아예 무색해져버린다.

 

진중권의 김지하 발언에 관한 반박성 보도 (좆선일보) 참조

 

 

또 네티즌들은 시시때때로 진중권 교수의 정치적 성향이거나 미학적 자질보다는, 그가

일본인 아내를 두고 있다는 얘기와 비행기를 수집하는 게 취미라는 투의 개인사로 과연

그가 진정한 좌파라고 인정될 수 있는가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곤 한다.

(실제로 이 부분이 청렴성과 혼동될 테지만, 엄밀히 그가 번 돈은 비리는 아녔다.)

 

......

 

 

아무튼, 그렇다.

왜들 이를 갈며 서로 할퀴고 싸우는지조차 관심없는 사람들도 많겠고, 또 반대로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흥분을 참거나 혹은 참지 못하는 이들도 있겠지.

 

내심 생각해봤는데, 결국 좌파가 제대로 내놓은 대안이란 게 마땅치 못한 게...

작금의 꼴을 자초했다고도 보는 편인데, (이 대목에선 나도 반좌파가 되는 거냐?)

 

설령 전번의 글에서 얘기한 것만큼의 자기 정체성은 아니고, 또 설령 심지어는...

"사상적 전향"이라고까지 할만큼 대단한 우파적 경도로 정치적 입장이 변했어도,

그걸 굳이 까발리며 떠들만한 사안은 못된다. 소설가 황석영은 이미 거의 평생을

좌파적 시각으로 살아왔던 인물이고, 이제 와서 커밍아웃은 자신의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의미없는' 일로도 만들어버리는 어리석음일 테니까 말이다.

 

시인 김지하도 마찬가지다. 언제던가... 1990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강경대라는

대학생의 죽음 앞에 분신이 줄을 잇자 "굿판" 운운하다가 (하필이며 좆선일보에)

졸지에 그 역시 좌파세력들한테 왕따를 당했던 쓰라린 경험도 있지 않은가...

당연히 그런 좀비적 행태에 대한 경계 차원에서 일갈한 것일 수도 있지만, 또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정당화 차원에서라도 충분히 황석영을 옹호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이건 또 뭔가... 해괴한 논리와 아포리즘으로 이를 포장해선 좀 곤란하다.

그런 얘기라면 평소에 충분히 밝혀둘 수 있지도 않았겠는가?... 불과 얼마전에는

작년의 촛불에 대한 시쓰기를 하고 책을 낸 양반이 지금 이 시점에는 그 세력을

"좌파꼴통"이라고 쏘아붙인다면, 이 역시 어찌 온당한 언행이라고 보여지겠는가?

 

또 한가지 문제점은, 그의 작가론에 관한 시각이다.

모든 작가가 그토록 "자유분방"하며, "이랬다 저랬다 해도 되는" 사람들이라면,

과연 누구의 말마따나 그들은 진정코 "지식인" 대접을 받을 자격조차 있겠는지?

이 땅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과정 중에 작가가 차지했던 영광스런 유산들을 그리

몰가치한 것으로 내팽개쳐도 괜찮은 것인지... 거꾸로 되묻고만 싶다.

 

한편,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좌파꼴통"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행태일 터.

편가르기에만 열중하고 (물론 NL과 PD는 철학적 입장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므로,

이를 도매급으로 싸잡아 좌파의 분열 운운하는 몰지각한 이들이 더 심각한 형국인)

구체적 정책 제시의 칼날 앞에선 늘 그 투박함으로 공격받기 일쑤인 무능력함...

 

이를 진정코 제대로 반성해내지 못한다면 정말로 좌파의 미래는, 없다.

 

그 반성이 절실한 와중에, (심지어 작년의 촛불마저 좌파의 무능으로 별 소득조차

못챙긴 채 욕까지 얻어먹어가며 허무히 사그러들지 않았던지) 언어적 유희까지

남발한만큼 대단한 개그를 원하는 시대는 아니다. 개그는 개그맨들의 몫이다.

- 그것조차 개인기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걸로 먹고 살아야지 왜 하필

  가장 진지하고 신중해야만 할 정치나 미학 계통에서들 일하고 있는 건가?......

 

이런저런 안타까움, 더 할 얘기조차 제대로 못할 일과시간의 궁핍함... 따위로

이런 두서없는 잡생각들도 여기서는 이만큼으로밖에 정리는 못해내지만, 말야.

            

 

- 보수와의 타협 모색, 평등에 억눌린 자유의 가치 복원, 근본적 좌파의 양심 따위로

  서로를 명명하는 편이 오히려 훨씬 더 낫다고 보는... "레토릭" 편향적 발상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