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으로 진행된 MBC 100분토론은 이른바 "보수 대 진보" 진영간의 첨예한 이념적 갈등구조와
그 골의 깊이를 가늠해보는 자리였다고 본다. 특히 진보진영의 패널로 출연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김호기 연세대 교수,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등이 남긴 말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할만큼 따뜻하고도 도덕적이더구나...
(이는 우파 논객으로 출연했던 전원책 변호사도 언급하며 평가한 대목이기까지 하다.)
"진보/보수" 논쟁의 몇가지 아젠다 (Agenda)라 하면, 아무래도 역사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내지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근본적 차이 등이 있겠는데... 금번 토론 때 이 부분이 명확하게
좀 드러났다고 본다. 즉, 민주주의의 근본적 이념인 자유와 평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이며
또 동시에 어느쪽에 대한 편향(?)이냐의 문제이기도 할 것 같은데... 양자를 상생케 만드는 구조는
사실 현실세계에서 단 한번도 제대로 그 전형을 내놓은 적이 없었기에 (사회주의 진영의 '위대한'
실험이 실패와 몰락으로 귀결된 마당에라면 더더욱) 지극히 충분하게도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또
가장 구체적인 Policy - 직장을 오래 다니다보니, '정책'보다는 이 단어가 더 적절해 보인다만 -
측면에서까지 그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사상> 논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를 두고 "공허한 이념 논쟁"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딱하다. 세상에 "탈이념"은 없다.
여하튼, 실물경제 측면에서 가급적 "상생"을 모색해보려는 시도는 이데올로기의 우월 논쟁보다
당연히 앞서게 되는 가치, 즉 그 사회를 살고 있는 민초 내지 국민들의 삶 자체가 중요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그런 노력을 기울이려는 모습들은 진정성 측면에서 인정될만하다.
(그리고, 한발만 더 앞서간다면, 손석춘 원장께서 했던 얘기대로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하고
진보하여 성숙한 모습을 갖게 될 시점에는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형태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또 추구할만한 충분한 필요와 가치가 있음도 진솔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친일파의 청산을 못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린, 그렇게 정통성을 상실한 채 합리화만을
강변해온 부끄러운 현대사의 그늘과 또 동족상잔이라는 비극을 겪은 불행한 과거로 인해 언제
단 한번도 제대로 좌파가 평가받지조차 못한 이데올로기의 질식 상태에서 생계와 앞날만 쳐다
보기에 급급해왔던 지난 경제들을 잠시 반추해보게 된다...... 미래는 물론 밝고 긍정적이면서
동시에 후대들의 성장해가는 과정 역시 흐뭇한 정경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늘 잃지 말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들은 바로 역사와 민중의 삶에 대한 따스한 애정과 보살핌, 그리고 도덕
내지 정당한 평가를 받을만한 자격을 갖추는 일 등 따위라고도 생각해본다...
생산적인 토론을 위해 노력한 좌파/우파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쯤은 건네고 싶고 (칭찬
역시 굳이 인색해질 필요는 없으므로) 하지만 앞으로 더 활발하게, 아니 치열하게 각자의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면서 또 그 정당성을 입증해내는 노력이야말로 바로 정치적 생명력이자 자산이 될
것임도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을 기억해두도록 하자. IMF 때만 봐도 당장 그렇지 않았던가...
끝으로, 촌철살인의 명언들을 남겨놓은 노회찬 대표와 진중권 교수의 객담은 언제고 이 시대의
절망들에 대한 일종의 청량제이자 각성제라는 점도 평가해두고 싶다. 다만 좀 더 진지한 태도로
그 양반들이 보여왔던 진정한 의미에서의 "진보"에 대해서도 늘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측면,
이전투구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제시의 측면이 부각되는 이미지로 앞날을 기대케 만드는 수고를
감히 더 부탁해보도록 하자꾸나, 아무래도 사람이 사는 세상은 "잘사는 사회"도 중요하겠지만,
"따스한 사회"를 결코 잃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 심지어 "온정적 자본주의"의 한 표어라고도
할만한, "noblesse oblige" 역시 좌파가 아닌 우파들 중에서 주창하는 용어가 아닌가? 그 도덕,
그 양심이 살아숨쉴만한 세상이야말로 진정코 사람이 살아갈만한 세상일 테니까.
- 글 제목을 붙이고 나니, 그럼 대뜸 또... "美"란 또 무얼까라는 질문이 앞서게만 되는구나...
그래, 미는 곧, <예술>이다. 가장 자유스러우면서도 그 '방종'을 경계해야 하며 또 한편으로
진리/진실, 도덕/양심 앞에 책임과 소명을 느껴야 마땅할 법인, 그럼에도 '강박관념'은 금물.
※ 관련기사 한컷, http://www.koreatimes.co.kr/www/news/nation/2009/05/113_450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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