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개인][일상]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단테, 2017. 12. 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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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거운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렇다. 세상이 바뀌어가고 촛불을 들어 집권자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이를 추대한 올해였어도,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포부와 다짐들을 신문에 쏟아낸 올해였어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건 궁핍한 일상과 주변에 흔한 기존의 관념과 관행들 뿐. 현재 남한사회를 통틀어 가장 혁신적 면모를 갖는 민간기업조차 이럴진대, 뉴스를 오르내리는 검찰이며 법원이며 국회며 굿정원 또는 재벌일가와 군대와 교직사회와 공무원들 또는 지역정서나 농촌사회의 뿌리깊은 봉건의식까지도 아직도 더 가야 할 길이 엄청나게나 멀게만 느껴지고. 뭣하러 거길 가려고 애쓰냐며 안주하려는 생각들에 가장 힘이 빠지기 일쑤였고.

올해의 새로운 희망은 오히려 한 케이블TV가 방영한 드라마의 주인공인 오지호한테서 느꼈던 감정들 같은 거. 어쩌면 현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보편적인 감수성 같은 거. 그가 내내 중얼거렸던 대사들 중에 박준의 글귀들이 선명한 이미지로 부각된다. 다만 찌질하다, 소녀의 감수성이다, 영웅이 없다, 디테일만 있고 매크로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말한 나 역시 기껏 "알쓸신잡"에 나와 잘난 척만 해대는 유시민의 '경제학' 책에 사숙해온 터. 그래서일까. 담론을 거세시킨 사회에서는 거꾸로 새 담론이 필요해진다. 아니, 적어도 그것을 논할 분위기 하나면 족하다. 자잘한 힐링과 개그와 아포리즘들이 당장 밀려가는 월세와 납부금을, 사랑 없는 결혼과 결혼 없는 사랑들을, 돈에 떠밀려 하고싶지도 않을 노동에 평생을 바쳐야 하는 삶 등을 구원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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