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영화][해외] 너의 이름은.

단테, 2017. 6. 1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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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영화 '초속 5센티미터'였을 거 같다, 최근의 일본 영화들에선 그 어떤 패턴 같은 게 계속 나오고 전혀 비현실적이게도 눈망울이 큰 여성 캐릭터들은 늘 불굴의 의지와 한없이 남자한테 약한 순종적 이미지를 갖는다. (진짜 일본 여자들이 저럴까 싶기도 할만큼)

영화는 엄청만 천재지변을 매개로 해 두 남녀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그려냈다. 심지어 서로의 이름조차 기억을 못한다니! 일본에서 가장 큰 도시인 도쿄의 한복판에서 그들 둘이 다시 만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더 가깝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가장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된다.

특유의 조밀한 서정과 자연미의 극치는 거구로 미시적인 일본의 정신세계와 나날이 피폐해져만 가는 열도에 관한 일종의 미사와도 같을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단 만화 뿐만이 아닌 실사 영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서정은 조금씩이나마 일관성 있게 그것들을 관통하고 있는 부분이니까. 좋고 싫음을 떠나 그게 일본 영화들이 갖는 큰 미덕이요 장기 중 하나일 터.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처럼 그것들이 때때금 웃음을 줄만한 올망종망한 매력을 갖는다쳐도 막상 혜성과 3년 그리고 도쿄와 이토모리의 공간적 간극을 메울만한 상상력은 솔직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워낙 거대한 것이었어서 결코 뛰어넘기 힘든 그 무엇이 된다.

그래도 잔잔한 호수 하나로 두 남녀가 이어진 거리들은 꽤나 매력적인 여행이었으며, 또 그만큼 은근한 진정성마저 유감없이 발휘된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시하는 그들의 사고는 분명히 보고 배울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쓰다보니 소감은 단 한줄도 적지를 않았다. 그저 그랬다. 일본 만화영화 한편이었을 뿐. 여기서 뭐 더 대단한 영화사적 장면이거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만큼의 로맨스를 기대한 건 또 아니었고.

서로 몸이 뒤바뀐다는 지극히 진부한 설정 또는 장치가 이제 좀 시들해진 것일 뿐, 오히려 애시장초 타자의 눈에 비쳐지는 자아의 재발견이거나 변신의 과정들을 오롯이 담아낸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건 순전히 판타지에 거리를 둔 내 개인적 견해일 뿐이겠고.

다만 청춘남녀의 애잔한 사랑은 늘 매력을 갖는다는 점. 그건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여전히 짠하고 또 먹먹할 때가 많고. 예술의 가장 큰 소재 중 하나인 연애는 늘 그래서 연구대상이기도 하니까. 일본의 대다수 작품들이 늘 굉장히 잘 다루고 있는 소재도 또한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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