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개인][일상] 귀향

단테, 2017. 6. 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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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이라는, 이 꿀맛과도 같을 단어가 언젠가부터 내겐 고통스러운 상흔투성이의 낱말이 된 지 오래구나. 정신없이 또 한주가 저물고 일과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열차에 몸을 싣는다.

사실 이번 한주는 회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고비인 경영진 보고가 있었으며, 역시 불투명한 내 미래에 관한 소고들도 더러는 준비를 했을 법도 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뿌연 전망들은 아직 남아있는 큰 숙제들.

가계의 궁핍한 형편에 못이겨 차곡차곡 할 일들을 메모해둔 사이에도 어김없이 세월은 흘러 바쁜 걸음을 재촉하기만 하는데, 영 벗어날 길도 없는 가난에 의지해 한해 한해마다 그럭저럭 살아내고만 있는데...

귀향, 사실 제 혼자서만 고향이라 생각하는 것이지 옛 벗이나 가족 또한 생경하기만 한 처지인데 어쩌면 내 고향이라는 존재는 오히려 인천이거나 춘천이거나 또 아니면 서울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그저 '유년 시절의 기행'쯤인가도 모르겠어...

열차가 막 한강을 건넌다. 무심한 강물도 오늘 저녁에도 찬란하기만 하고. 저물면서 빛나던 바다도 이 강물을 제 몸속으로 넉넉히 품어안으리라.

그저 가야 할 길만을 갈 뿐인 운명...

그래,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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