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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5일 (월)

단테, 2016. 1. 25. 22:58

글 / 시간을 초월할 방법        


- 오늘의 편지,   

    

  

     

 문득 서른 해가 지나간 어느 봄날 오후 

   

   

 변해버린 것과 변하지 않으려는 것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나무처럼 불쑥 자라 있고,

 가난처럼 주눅 든 영혼들은 더욱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다가오는 미래를 얘기하고,

 제대로 된 명분도, 지켜가야 할 신념도 없는 시대가 괴물처럼 흘러가고,

 미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뒤처진 세월의 그늘 아래 절규 없는 청동상(靑銅像)의 외침만 무게 잃은 색종이처럼 흩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 세대(世代)가 눈 깜짝할 새 흘러가버린 어느 봄날 오후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여전히 불분명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들이 유령처럼 출몰하여 소란을 피우고,

 채 피어나지 못한 꿈의 수병(水兵)들이 차고 빠른 물살의 백령도 앞 바다 속에 여전히 수장되어 있고,

 다시금 틀림없는 재앙 또는 과오가 결코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얼굴을 한 채 마녀처럼 다가오고 있다

 

 어느새 세계 제1의 자살률 국가가 되고, 사채업자가 공개적으로 활개치고, 더 이상 변절이나 배신이

 낯설거나 부끄럽지 않을 만큼 뻔뻔해진 서른 해의 시간들이 잠시 가쁜 숨을 고르는 조국의 어느 하루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묵시록 같은 저마다의 진실을 끌어안은 채 모두들 끙끙거리며 살아가고,

 그러나 아직도 후퇴명령을 받지 못한 극소수의 시민군단만이 새벽을 기다린 채 납작 엎드려 있고,

 또다시 죄 없는 희망이 죄 많은 망각의 역사, 생면부지의 어둠 속을 힘겹게 통과해가고 있다 

 

 

 - 임동확 


                              

    


- 편집하는 말,   

     

퇴근해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하나 꺼낸다.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에서 뽑은 "내가 뽑은 나의 시"라는 이 책은 2011년을 대상으로 한다. 차례에 나온 시의 목록들을 찬찬히 훑어보다가 그만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이름 앞에서 잠시 정신이 아득해진다. 시에서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을 테지만, 또 반대로 'Time Lag'라는 낱말도 존재하겠지... 

나이가 마흔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신춘문예나 등단작들을 살펴보는 게 왠지 모를 고역이 된다. 한때 당면목표 중 하나였던 이 일도 어느덧 '중고' 내지는 '고참'이 되어 이른바 노익장을 과시해야 하는 일이 돼버렸나 보다. 문득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에 관한 생각이 찰나로 스치듯 떠올랐다 사라지고, 예전에 본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갑자기 기억났다. 인간의 오래된 욕망 중 하나... 

 

또 다른 시 한편은 잠시 뒤로 접어둔 채, 오늘은 '시간'에 관해서만 짤막한 노트를 써두는 까닭은 또 한창 미국 대선에서 주가를 올리는 버니 샌더스에 관한 관심이거나 지난 주말에 사실상 '날치기'처럼 강행해버린 노동개악의 정국 탓이기도 할 테지만...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역사 또한 마찬가지라는 이 대책없는 넉넉함이야말로 진정한 무책임이리라... 

오로지 실천만이 늘 해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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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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