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 또 술자리
간밤의 기척을 뒤로 한 채 새벽부터 깨다
바깥 날씨는 춥고 몸은 고단한 채
잠시 또 물끄러미 앉는다
황지우의 시 한편을 다시 떠올리다
이 지독할만큼 객관적인 '슬픔' 앞에서
내 슬픔은 오히려 더 주관적이기까지 하다
...
어제는 드디어 그룹 인사가 있었지
잘 알고 지내온 지인 몇몇은 승진을 했고
몇번을 주저하다가 축하메일은 생략한 채
도도히 나도 내 갈 길만을 재촉한다
어차피 남남이요, 회사도 어렵다
이 주관적 슬픔에 관해
단 한번도 말을 건네주지 못한 그들
그들 또한 그들만의 길을 가는 것뿐
...
차갑다
결별, 모든 정치는 결국 합일 또는 결별이다
며칠전의 안철수도 그랬고 진보진영 역시
지난 총선 직후에도 그랬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몇몇은 다시 그럴 거다
나 또한 마찬가지리라
...
...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돌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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