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말은 아마도 "좌파"일 텐데... 지금 이 순간,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맨처음 만든 종주국과 또 그 최첨단을 자처하는 신자유주의의 본령 격인 두 나라에서 온통 정치뉴스가 이 "좌파" 소식들 뿐이니 이 '어처구니없을' 광경 앞에 선 우리나라의 "반공" 논객들이 과연 어떤 반응과 (사실상 '곡해' 뿐인) 해석을 내놓을까가 참 궁금해진다.
한마디로 말해, 2008년 글로벌 금웅위기 이후부터 신자유주의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더 이상은 자본의 탐욕과 비계획성에 노출된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켜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깨달음이 전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그래서 이른바 "지속가능성" 같은 단어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또 새시대의 주역임을 자처하는 추세가 생긴다. 시대를 읽는 눈은 늘 엇비슷하거나 또는 사소하게 스펙트럼을 형성하는 패러다임인 것이지, 극단적 대립과 편향이 '주류'로 등극한 적은 없다.
사회난 문제적으로도 이미 "소셜"이라는 낱말이 갖는 함의는 매우 복잡하고 또 다양해진다. 한때, 이 단어가 갖는 의미를 자본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이데올로기로도 인식하곤 했었지. 물론 지금도 그 긍정적 의미는 여전히 유효한 채 새로운 자각과 재조명과 재해석을 낳고자 한다. (인류가 그토록 공포스러워 할 스딸린 체제가 붕괴한 것도 벌써 이십년이 훨씬 지난 옛 얘기니까) 적어도 좌파나 우파를 막론하고 그 "지속가능성"을 견지할만한 새로운 대안적 체제는 결국 자유, 또 그에 못지 않은 평등의 의미를 일깨우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맞다.
2015년의 대한민국 사회는 이 전세계적 조류와 얼마나 상응하고 있는 걸까? 대통령까지 앞장서서 "노동개혁"을 부르짖고 또 이게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내모는 일임도 모르는 이가 없지만, 이 외길로 줄곧 향하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몰림을 당하는) 시대적 조류가 타당할까? 알 수가 없다. 모른다는 말보다 틀렸다는 말이 더 정확할 텐데. 반대가 아예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 딱 이 나라 정치가 그렇다. 민주주의의 죽음이요, 도덕성마저 말살시켜버리는 나라.
이 나라에서 앞으로 무얼 해야 옳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올 한해다.
P.S. 편집을 마감한 다음에야 길어올린 르몽드의 기사 하나, <우리는 왜 "충분히 좋은 국가" 혹은 "사회적 국가"를 필요로 하는가>는 읽어두기에 충분한 좋은 글이라서... 굳이 따로 메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