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들
- 오늘의 편지,
[사설] 쉬운 해고를 위한 선전포고, '2차 노동시장 개혁'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2단계 노동시장 개혁 추진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당·정·청이 하나가 돼 노동개혁을 실천해 경제대도약을 이뤄달라”고 당부한 데 따른 화답 성격으로 보인다. 노동시장개편 작업을 정부에만 미루지 않고 여당도 총대를 메겠다는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15일 “노사관계에서 노동권이 존중돼야 하듯 (기업의) 인사·경영권도 존중돼야 할 것”이라며 노동자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2차 노동시장 개편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집권당 대표, 노동부 장관이 노동계를 상대로 선전포고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내일 열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는 노동계와의 대립을 알리는 첫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발표할 2차 노동시장 개편을 논의할 이 회의에선 ‘쉬운 해고’와 ‘직무·성과급 도입’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등 그동안 미뤄왔던 민감한 현안을 다룰 예정이다. 1차 개편이 주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에 초점이 있었다면 2차 개편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임금체계를 사용자가 마음먹은 대로 고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말이 ‘개혁’이지 고용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근로조건 결정과정에서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개악’이라고 할 수 있다.
경향신문이 1990년 이후 25년간 대법 판례를 분석 보도(7월6일자 1면)한 데서 드러났듯 이미 기업들은 언제든 정리해고가 가능하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을 형사처벌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 반대 파업 처벌은 외국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고용유연성을 더 보장해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빼앗고 사용자 뜻대로 임금을 주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해소되고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현재 고용시장 문제는 수백조원대 유보금을 쌓고도 투자하지 않고, 정규 신규채용보다 여성·고령자 등 비정규 저임 노동력과 외주화에 기반해 돈벌려는 기업들의 모럴해저드에 있다. 정부가 ‘쉬운 해고’와 ‘쉬운 취업규칙’ 변경에 목매는 한 양질의 일자리창출은 물론 경기회복도 요원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series/112241/newsview?newsId=20150720220241027&seriesId=112241
- 편집하는 말,
현금을 풀지 않는다. 곳간마다 돈을 쌓아둔 채 고용에는 무감각해진 기업들이 많다. 그래도 매번 주주총회 같은 자리에서는 "ROI가 나오지 않는다"며 투자를 연신 유보하게 되고, 실제로 이잣돈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일보단 훨씬 더 매력적으로도 느껴지게 된다. "현금흐름이 갑이다"는 이데올로기는 결국 무엇을 잃게 만들까? 바로 '미래'다.
금융업으로의 전환이 아니고서야 어차피 기업은 무언가를 '업'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야 고용이 창출되고 투자가 있고 재무제표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현금흐름에도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영업"에 의한 것인지 "영업외"의 것인지는 경영학의 놓쳐선 안될 요소다. "영업외"의 것만을 강조한 나머지 "영업"을 망각하는 기업은 이미 본업을 버린 셈이다.
'성장'이라는 말도 있다. 제대로 된 성장이어야만 고용이 창출되고 수익이 생기며, 경영의 멋도 부릴 줄 알게 된다. 성장 없는 수익은 주주들한텐 희소식일 테지만 종업원 (내지는 구성원?으로까지 미화해서 부르곤 하지만) 입장에서는 재앙일 뿐이다.
'지속가능성'을 논한다.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의미 또 이유를 밝히는 부분들이 많은데, 그 첫째는 다름아닌 '존속'이다. 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가에 대한 뚜렷한 해답도 철학도 없는 기업은 문을 닫거나 '업'을 접는 편이 더 타당해진다.
저마다 '존속' 즉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현금을 곳곳마다 쌓아두는 일은 어찌 보면 단지 오너 또는 주주들만의 가치를 위한 일일 뿐 전혀 국가경제에도 종업원들에게도 좋을 리가 만무한 법. 그러고도 맨날 '적자' 타령만 일삼는 건 경영이 스스로한테 무능을 외쳐대는 사나운 풍경일 뿐. '경영철학'의 부재를 부끄러워해야 정상이 아닐까?
비오는 화요일 아침, 블로그 앞에서 모처럼 읊어보는 짤막한 생각들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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