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영화][해외] 말할 수 없는 비밀

단테, 2015. 7. 14. 19:10

 

- https://ko.m.wikipedia.org/wiki/말할_수_없는_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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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본 한편의 소품과도 같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피아노가 일종의 타임머신과 같은 역할을 한 짤막한 순정물이다. 주걸륜의 데뷔작이라는 마케팅 요소가 가득한 카피문구보다는 현란한 피아노 솜씨가 더 두드러진 편인데, 컴퓨터 그래픽의 조잡함을 평한 부분도 있겠지만 줄거리의 소박함이 더 드라마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 편. (이게 스튜디오 시스템을 통해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은행나무침대"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줄거리는 지극히 간단하여 1979년의 한 여학생이 20년뒤의 미래를 거슬러 도착한 곳에서 한 남학생을 만나 첫사랑을 이루고 뜻하지 않은 오해의 상처를 품은 채 삶을 마감하는 운명이라는 걸 뒤늦게 안 그 남학생이 운명을 바꾸기 위한 과거로의 이동을 통해 함께 졸업을 하게 된다는 판타지와도 같은 얘기다. 문제는 이 정도 판타지를 허용할만한 줄거리의 무게감이나 서사가 지극히 간단한 단편소설 수준인 까닭에 런닝타임을 내내 서정성으로 메웠다는 것이며, 어쩌면 잘 늘려잡은 단편영화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영화 중 적지 않은 숫자의 작품들이 이와 비슷한 경우였을 텐데, 대표적 예인 "4월 이야기" 수준의 시시함 정도에서 아슬아슬히 그 경계를 비껴선 감이 없지 않다. - 물론 이게 작품성 차원의 문제는 아니므로, 단순히 취향의 그것으로만 언급해두기로 하자.

드라마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주로 '갈등'에 촛점을 맞추기가 익숙할 텐데, 이를 사뭇 평평하게 짜맞춘 이야기의 얼개는 다름아닌 나른한 정서요 일반적으로 소품들이 갖는 교묘한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낡은 악보 하나가 갖는 메타포적 요소나 주인공들의 입체감 따위는 따로 눈여겨볼 필요까진 없었고. 오히려 남녀 주인공의 매력만을 따지면 충분하겠으니, 웬만한 순정물이라 치면 오히려 꽤나 성공적인 편이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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