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공안통치'와 "민주주의"
- 오늘의 편지,
- 지난번 총리 후보자,
[시민편집인의 눈] 정의는 우리에게 '사치품'인가 / 고영재
[한겨레]
강기훈 누명은 정의 부재의 증거…정의와 거리 먼 황교안 총리후보
헷갈려하는 독자 위해 언론이 엄정한 잣대로 정의를 되세워야 할 때
상상을 초월하는 '괴이한 일'을 우리는 일상적으로 만난다.
국가권력이 무고한 청년에게 듣도 보도 못한 엉뚱한 죄목으로 옥살이를 강요했다. 청년은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살았다. 청년이 누명을 벗는 데는 24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 20대 청년 강기훈은 어느새 50대 중년을 맞았다. 대법원은 최근 강기훈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역사적 판결이 내리던 날, 정작 강기훈씨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폭력 앞에서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힌 강씨의 참담한 심경을 어찌 짐작하리오. 다만 그를 응원하는 이들의 소감을 통해 그의 속마음을 어렴풋이 헤아릴 따름이다. "무죄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지만 감격스럽기보다는 비통할 뿐이다. 당연한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우리는 치욕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의 감회다.
'24년 전 청년' 강기훈은 무죄확정 나흘 만에야 심경을 밝혔다. "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났다. 이제 역사적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때가 됐다. 저를 끝으로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없기를." 덧붙인 한 구절이 처절하다. "한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를 수사했던 검찰은 그가 유서를 쓰지 않은 것을 알고도 진실을 왜곡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심경은 육성이 아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전해졌다.
강기훈은 병을 앓고 있다. 간암이다. 풀리지 않는 억울함, 잇따라 부모님을 저세상으로 보낸 자책감, 경제적 궁핍이 그의 몸을 갉아먹었다. 정기검진만 제대로 받았어도 일찍 이상신호를 알아차렸을 텐데, 공사판 막노동을 전전하기도 했던 그의 불안정한 생활은 그런 호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그 사건 이후로 난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어. 특히 그 사건이 터진 5월만 되면 몸과 마음이 다 아프다"며 씁쓸해했다.(<한겨레> 김의겸 기자의 칼럼에서)
'명백한 날조 사건'이라는 점에서 강기훈 사건은 사법 사상 치욕적 기록의 하나로 남게 됐다.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손잡고 한 인간에게 파멸의 길을 강요한 불법이 확인된 마당에 한마디 사과가 없다니 참담할 따름이다. 문득 검사, 판사들의 젊은 시절 가슴속 '정의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심오한 '정의론'을 펴자는 것은 아니다. '상식'을 말할 따름이다. 정의란, 사전의 뜻풀이를 빌리면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 아닌가. 적어도 한때는 '법의 정신'을 생각하며 법조인을 꿈꾸었을 검사와 판사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한 '파렴치집단'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법의 정의'는 엄정함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를 내정하고 임명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장고 끝에 '공안 검사' 출신, 황교안 법무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선택했다. '국민통합' 대신 '공안총리'를 선택했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여권 일각에서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국민 뜻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정의'를 저버린 셈이다. '대통령 정의'의 출발점은 국민을 섬기는 데 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정의감', '정의에 대한 감수성'을 살펴볼 차례다. 총리에게 요구되는 정의의 요체는 대통령에 버금하는 고도의 균형감과 통찰력에 있다. 총리 자리는 문자 그대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에 있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처지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임명권자의 뜻이 국민의 여망에 우선할 수는 없다.
쓸개도 없이, 철학도 없이, 국민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국정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올바른 총리가 될 리 없다. 특히 고도의 균형감각은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발전의 동력을 일구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현대사회는 지역과 계층, 세대와 정파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갈등요소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황 후보자는 적임자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총리의 정의'에 어긋나는 황 후보자의 행태와 행적들은 넘친다.
무엇보다, 황 후보자는 대통령 눈치 보기의 달인이라는 점이 걸린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법무장관으로서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한 전력은 치명적이다.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선거부정 사건'을 얼버무리려는 행동이었던 터다.
그는 2013년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며 1주일 동안 영장 청구를 막아 수사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석연치 않은 동기와 과정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치적 취약성뿐만이 아니다. 그의 가치관, 철학의 편향성에서도 황 후보자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보수적 편향성은 '사회통합'을 위협한다. 2007년 샘물교회 신도 2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에 의해 살해된 사건에 대한 그의 견해는 섬뜩하다. "최고의 선교는 언제나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정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의 생뚱맞은 말은 국민 마음을 다시 한 번 긁어 놓는다. 국회에 보낸 임명동의 요청서에서는, 황 후보자가 '국민소통과 사회통합 및 국가 전반의 개혁을 이뤄낼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국무회의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부패 청산을 비롯한 정치·사회 개혁이라는 막중한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 우리는 사회분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굳건히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황 후보자 국회청문회를 낙관하는 듯하다. 법무장관 임명 과정에서 이미 거친 관문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그 점을 의식해 그를 점찍은 측면도 없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장관과 총리는 다르다. 장관 청문회 때의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된 것도 아니다.
여야의 주장, 평가는 숱하게 엇갈린다. 그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듯하다. 시민들은 헷갈리고 정치 불신은 날로 치솟는다. 엄정한 '정의'의 잣대는 '언론 정의'의 출발점이다.
고영재 언론인·전 경향신문사 사장
* 한겨레,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newsview?newsid=20150528185010943
- 편집하는 말,
상상을 초월하는 '괴이한 말'을 일상적으로 만난다.
뉴스마다 터져 나오는 "소통과 화합의 정치"는 차라리 언어에 대한 모독에 더 가깝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 이제는 5월 하면 떠오를 법한 또 한 사람이 했던 말,
한편의 칼럼을 더 읽어본다.
Fw:
[양권모칼럼] 대통령과 야당의 '황교안 싸움'
한 달여 국무총리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연이은 ‘총리 잔혹사’ 덕에 이제 총리 유고 상태가 지속되어도 국민은 불편해하거나, 새삼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사실 온전히 ‘책임총리제’를 시행하지 않는 한, 대통령제 아래서 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실세 장관보다 비좁다. 그럼에도 정부 출범 때나 정치적 고빗길에 총리 인선을 주목하는 것은 그 자체가 갖는 정치적 함의 때문이다. 총리로 선택되는 인물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가 발현되는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국정운영의 틀을 정치개혁으로 치장한 ‘공안 정치’, 정치·사회 전반의 전방위 사정으로 잡아가겠다는 선포나 진배없다. 청와대는 대놓고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부정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명 배경을 적시했다.
실제 ‘황교안 카드’에서 경제활성화, 남북관계, 민생, 국민통합 같은 국가과제를 떠올릴 수는 없다. 경제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정치·사회 개혁, 부패 사정이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칼’을 가리기 위한 군색한 포장에 불과하다. 결국은 ‘공안 정치’와 사정 드라이브를 통해 정치적 반대자를 옥죄어 임기 후반기 권력누수를 막아보겠다는 포석이다. 그래서 ‘황교안 총리’에서 선명히 어른거리는 것은 집권 전반기 ‘공안 통치’를 기획·연출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그림자다.
황교안 총리 지명은 대결의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신호다. 야당이 임기 중에 두 번이나 해임건의안을 냈던 법무부 장관을 곧장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야당에는 치욕스러운 도발이다. 야당이 자다가 들어도 벌떡 일어날 인사를 앞세우면서 4대 구조개혁 등 국정과제 해결에서 야당의 협조와 대화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박 대통령은 ‘황교안 카드’를 꺼내면서 통합, 소통의 정치를 완전히 접었다. 이제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진영 간 대립을 파열시킬, 법만을 앞세운 ‘공안 정치’만 펄럭일 판국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누구보다도 능력 있고 도덕성에 있어서도 국민들한테 손가락질받지 않는 그런 인재를 찾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호언했다. ‘그 원칙’이 최고로 적용되어야 할 총리 인선에 ‘비리 완구백화점’ 소리를 들은 이완구 의원에 이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뽑아들었다.
황 후보자의 도덕성 의혹과 자질 하자들은 역대 낙마한 총리 후보자들이 억울하게 보이게 만들 정도다. 16개월 동안 16억원을 벌어들인 고액 수임료는 이명박 정부 때 전관예우로 자진사퇴한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자보다 많은 액수다. 황 후보자는 최근 10년간 365만명 중에서 4명만 해당된 91만분의 1 확률의 희귀한 ‘만성 두드러기’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자식들에 대한 편법 증여와 증여세 탈루, 아파트 투기, 상습 과태료 체납, ‘삼성X파일’ 수사에서 떡값검사 봐주기 등 의혹의 가짓수부터 남다르다. 여기에 정교일치를 내면화한 듯한 종교 편향, 4·19혁명을 ‘혼란’으로 5·16쿠데타를 ‘혁명’으로 규정하는 헌법정신 부정, 냉전적 국가보안법 찬양 등은 내각을 통할할 국무총리로서의 적합성에 근본적 의문을 낳게 한다. 황 후보자를 두고 “빨갱이를 입에 달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극렬 기독교인들의 고급 버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한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의혹들은 황 후보자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문제는 야당의 실력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강력한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황교안 총리’를 들이밀었다. 새정치연합은 ‘저지’를 외치고 있지만, 미덥지가 않다. 야당은 그간 선거에서만 쪽팔리는 패배를 당해온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독주와 실정에 맞서 ‘이기는 싸움’을 벌여본 적이 별로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자격 미달의 총리 지명자 3명을 낙마시킨 것도 야당의 실력으로 이뤄낸 게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으로 기록될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에서 사실상 공범 역할을 한 새정치연합이다.
야당이 이번에도 ‘제2의 김기춘’, ‘대결 정치’의 자객으로 나선 황 후보자를 막아내지 못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과 ‘공안 정치’에 속절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된다. 박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걸고 나선 ‘황교안 싸움’에서 또 무력하게 물러선다면, 야당의 존재 이유부터 질문받게 될 것이다. “여당과 싸울 때는 비실비실하고, 밥그릇을 놓고 자기들 끼리끼리 싸울 때만 쩌는 전투력을 발휘”하는 야당은 지지층에게도 환멸을 낳을 뿐이다.
<양권모 논설위원>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newsview?newsid=20150528212220204
...
알튀세르 책을 최근에 읽었는데, 그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첨두부를 구성하는 청와대, 정부 또 국회와 검찰과 헌법재판소가 함께 짜고 치는 고스톱판 위에서 국민들은 한낱 패마냥 춤을 춘다. 또 그만큼 국민 또는 민심에 대해선 아예 아랑곳하지 않을만큼 우습기도 할 테지... 선거를 보면 안다. 이 극도로 악랄한 '우민정치'를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자행하는 나라, 대한민국.
언어에 대한 가장 극악한 형태의 모독이 아닐까... 수치심마저 느낄 법한 얘기,
전교조가 졸지에 '불법단체'로 자리매김한 건 순전히 민의보다는 법조계의 오래된 기득권과 보수화 경향 탓이 더 크다고 여겨진다. 최근 불거진 시끄러운 소식들은 가히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란 꽤나 고전적인 명제들을 또 다시 되새기게 만들고...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들의 '천막'을 허가했다며 이를 수사하는 경찰은 또 뭔가 싶다. 오죽하면 박원순 시장이 대놓고 화를 냈다는 소식, 차라리 슬프다.
※ 박원순 시장, '광화문 세월호 천막' 수사 경찰에 "나를 잡아가라"
누구한테 물어봐도 '공안통치'인 것이지, 이를 "민주주의"라며 우겨대는 꼴은 영 사납기만 하구나... 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까닭일까? "어륀지"를 외친 숭미주의자도 있었는데, 그까짓 국어 하나 제대로 모른다고 뭐가 문제냐는 투의 '병든 상식'이 더 문제인 사회. 잘못을 뉘우치긴커녕 뻔뻔스레 자기합리화에 혈안인 엘리트 사회의 천박함은 일제시대 앞잡이의 후예들처럼 실로 추악하다.
(최근 "정신대는 매춘부"였다며 떠들어댄 일본 군국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 아른거릴 법한)
자고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짐승이 아닌 인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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