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년 5월 25일 (월)

단테, 2015. 5. 25. 23:00

글 / 5월의 마지막 한주...  


- 오늘의 편지, 

  

  

  

華嚴光州  (황지우) 

  

      

하늘과 땅을 溶接하는 보라色 빛

하늘의 뿌리 잠시 보여준 뒤

환희심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帝釋天,

저 멀리 구름장 밑으로

우뢰 소리, 도라무깡처럼 우르르르르 굴러오네

이윽고 비가 빛이 되고

願을 세우니, 거짓말이나니

희망은 作用하는 거짓말이므로


<전남대학교 정문>

문짝 없는 문, 해탈했네

아구탕처럼 입 쩍 벌리고 털난 鐵齒 드러낸

아수라 아귀, 울퉁불퉁 종기 난 쇠방망이 들고

無門 앞에 서 있고, 어?

없는 것들이 있네,

좋은 것으로 나아가는 문 앞에는

어째서 꼭 나쁜 것들이 있을까?

푸르스름한 고춧가루 안개라

용과 봉황 모양으로

버즘나무숲 위로 자욱하게 기어오르고

눈물을 담은 능금 열매들이 후두두두둑

다시 그 자리에 떨어지네

어메, 저 잡것들, 헛것들이 힘쓰네이

헛것들아, 헛것들아, 문 한번 지나간다고

해탈할까마는 이 문은 지나가는 것이제

빠져나가는 구멍이 아니랑게

선남선녀들, 아름다운 舌音과 母音으로

일렀으나 아귀들, 헛것들인지라

그리고 대저 헛것들일수록 불안감이

증가시키는 더 큰 힘을 쓰는지라

종기퉁성이 쇠방망이 휘두르며 더 날뒤네

이에 선남선녀들, 해탈문 아래 도솔천 계곡에

내려가 지천으로 불꽃핀 불꽃들 꺾어

이 헛것들, 물러가라

이 헛것들 뒤의 더 큰 헛것들, 물러가라

이 헛것들 뒤의 더 큰 헛것들 뒤의 더 더 큰

헛것들, 물러가라, 물러가라, 외치며 던지니

그 꽃들만 성층권 밖으로 뚫고 나가

보이지 않네


상점 주인들이 수도 호스로 길을 씻고 

그날 밤, 꽃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

獅子座, 환히 點燈하고 나타나네

돌덩어리에다가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넣으면

별이 되었을꼬


<공용 터미널>

나는 이렇게 들었네

이 종점은 다시 모든 곳 十方世界로 출발한다고

떠나고 돌아오고

업 싣고 갔던 소 달구지, 적재량 초과되어

입에 진득한 비누 거품 물고

때로는 낮은 클라리넷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만겁 인연의 낡은 驛舍로 돌아오고

떠나고 돌아오고

돌아오고 떠나고

좀체 브레이크가 없는 수레바퀴 아래

풀을 먹는 벌레

풀을 먹은 벌레를 먹는 딴 벌레

풀을 먹은 벌레를 먹는 딴 벌레를 먹는 물고기

그 물고기를 먹는 새

그 물고기를 먹은 새를 먹는 짐승

그 물고기를 먹은 새를 먹은 짐승들을 먹는 사람들

아, 수레바퀴여

결과를 다시 밟아 잡아먹는 원인이여

그해 佛紀 이천오백스무네 번째 부처님 오신 날

어찌하여 진리는 말도 안 되는 역설로

복수하였는지요


약국 앞 길에 괴어둔 자전거

뒷바퀴를 한 아이가 돌리고 있네

시계 톱니 음악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아름다운 바퀴살

짐을 내린 그 자전거 타고

그 아이, 벌써 몇 세상 갔네


<광주 공원>

나는 여러 군데서 여러 번 이렇게 들었네

화엄도 말짱 구라고

부처도 베어버리자고

옳도다, 화엄도 구라였고

부처도 이미 베어져 있었네

잔뜩 바람먹은 떡갈나무숲 위로 펄럭이던

天幕 갑자기 暗電되던 날

사람 대가리가 뽀개진 수박 덩이처럼 뒹굴고

사람이 없어졌으므로

부처도 없어졌네

사람이 없어졌으므로 부처도

터져나온 내장은 저렇게 순대로

몸뚱어리는 어디론가 가 버리고 다만

대가리만 남아 푸욱 삶아져

저렇게 눈감고 소쿠리에 臥禪하고 있는 거이네


나무관세음보살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떡갈나무숲 공원 광장 건너편 순대국집 앞

아저씨는 프로판가스 화염 분사기로 돼지머리를

지지고 아주머니는 합성고무 다라이에 든

출렁출렁한 내장들 피를 씻어낸다

그 핏물 광주천으로 흘러내리고

그 검은 궁창, 멀리 하남 땅

흰 극락강으로 가고 있다


어느 날

극락강 사구에서 

목 없는 돌부처들,

洪水에 씻겨

올라왔지

國會 光州特委 위원들이 혹시나 하고 다녀가고

그렇지만 부처는 이렇게

없어진 채로,

늘, 

있네

부활도 하지 않고

죽지도 않고


<광천도>

我聞如是

광주보다 먼저 있는 이름, 빛의 샘

그래서 무등 경기장 왼쪽 외야석 상공

새털구름 깃털에 노을이 살짝 비낀,

부끄럼타는 듯한 아름다운 서광을

프로야구 중계 화면이 전국에 보여주기도 하네

광주로 빛을 다 보내고

어둑어둑해지면

일신방직공장 정문 앞 여공들 삼교대하고

윤상원의 누이, 형광등 아래에서

끊긴 실을 찾고 있네


오빠, 아직 이 실 끝에 있능가


세상은 죄다 사람이 지은 거라고

쬐그만 들불로 비춰주었던 오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바스락 소리가 날 것 같은

형광등 아래

아직도 이 세상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세상을 다감고도 남을 실타래 어디에 걸려 있구만이

노동자 보살이 이렇게 해서 끄집어낸

형광등 아래의 빛실이

충장로 밤거리를 걷는 사람의 옷 솔기에서

풀리고 있네


끝없이 북으로 뻗친 비단江

광천동을 돌아 금남로에 이른 영업용 택시,

양쪽에 물날개 달고 억수 속을 질주하네

물은 맑아 물 저 및

거뭇거뭇한 아스팔트가 보이고

옛날에는 이 강 밑으로 길이었는가보죠,

묻고 싶었네

불과 몇 달 전 일 같은데 벌써 유적이 되어

밑바닥으로 내려가 있는 길,

수면에 기총소사하듯 소나기 두드러기

무수히 돋는 먹물강이구나

나는 그렇게 들었네

검은 무쇠소가 이 강에 들어갔다 나오면

흰 羽緞 같은 소가 된다는데

보면 깊어도 서면 발바닥에도 못 미치는

이 비단 두께의 강에 어떻게 들어가랴

그 당시 자기도 큰 코끼리 등에 타고

잠시 들어갔다 나왔다고 말하는 기사님

그래서인가, 나이에 비해 머리카락 어느새 허옇네

그 당시 가로수였던 은행나무들 물 위로 올라와

호우주의보가 몰고 온 비바람에도 휘지 않고

맞서 함성 지르네

도청 앞 Y건물에 내려서 보니

왔던 길, 

끝없이 북으로 뻗친 비단강, 뿌우옇게

보이지 않는 靑天江 하늘 아래로 흘러드는 듯하네


<도청>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온다던 사람 아직 보이지 않고

기다리다 못해 사자좌에서 일어난 사자

몸을 털며 크게 포효하니 고막이 찢어지게

하늘이 번개표 모양으로 찢어지고

이윽고, 꽃이 되었다가 별이되었던

돌, 우박 떨어지는구나

이 비에 사람이 어떻게 오랴만

때로 진실은 약속을 깸으로써 오기도 하지

우리가 간절하게 기다리는 건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에 가장 온전하게, 와있듯이

이 비 그치면

이 비 그치면


저 도청 앞 분수대에

유리 줄기 나무 높이 올라오르리라

그 투명 가지가지마다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 힘껏 빨아올려

유리나무 상공에 물방울 뿌린듯

수많은 魔尼 보배 꽃, 빛 되리라

그때에 온 사찰과 교회와 성당과 무당에서

다 함께 종 울리고

집집마다 들고 나온 연등에서도 빛의 

긴 범종 소리 따라 울리리라

상점도 은행도 창고도 모두 열어두고

기쁜 마음 널리 내는 강 같은 사람들

發光體처럼 절로 빛나는 얼굴들 하고

젊은이는 무등 태우고 늙은이는 서로 업고

어린이는 꽃 갓끈 빛난 신 신겨 앞세우고

금남로로, 금남로로, 도청으로, 도청으로

十方으로 큰 우레 소리 두루 내는 강처럼

흘러들고 흘러나오고

그때여, 須彌山에서 날아와 굳어 있던

무등산이 비로서 두 날개 쫘악 펴고

羽化昇天하니, 정수리에 박혀 있던

레이다 기지 산산조각나는구나

땅에서는 환호성, 하늘에서는

비밀한 불꽃 빛 천둥음악

마침내 망월로 가는 길목 山水에는

기쁜 눈으로 세상 보는 보리수 꽃들

푸르른 억만 송이, 작은 귓속말 속삭이고

오시는 때 맞춰 황금 깃털 수탉이 숲 위로

구름 憧奇 일으키며 힘차게 우는 鷄林

그때에 도둑, 깡패, 마약범, 가정파괴범,

국가보안법 관련자, 장기수 공산주의자들이

폭소를 터뜨리며 교도소 문을 나오고

그날 밤, 연꽃 달 환히 띠우고

여어러 세상 흘러온 굽이굽이 千江이

산기슭에 닿아 있는 月山, 처음으로

물 속 연꽃 다 보았던 개 한 마리

늑대 울음 울며 산으로 돌아가고

   

  

* 미디어는 공공재다, http://jaroo.egloos.com/452671  

                    

                                                                   


                   


- 편집하는 말,   

    

사흘 연휴의 끝... 다시 시작하는 일상의 출발점에서 연휴를 잠시 되돌이켜 보고, 또 이달까지 해낼 일들을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 TV는 학교 드라마를 연신 방영중인데, 우리나라 학교만큼 정치적인 공간도 참 드물다는 생각 뿐... 아이들이 이 학교에서 무얼 배울까도 정말 공포스런 일이구나, 

  

5월, 사회는 수십년에 걸쳐 이 오월을 기억해내곤 한다. 

이 공포를 극복해내는 일은 아마도 완전한 치유를 통해서만 가능하리라... 

그 치유의 과정 속에서 벌써 35년째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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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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