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자
- 오늘의 편지,
[편집실에서] 꼰대와 멘토의 차이
대학시절 하숙집은 중학교 운동장 옆에 있었습니다. 월요일 오전에는 영락없이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왔습니다. 여름이었고 운동장 바깥에는 땡볕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훈화는 쉽게 끝날 줄 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 점은 꼭 말하고 싶은데’ ‘그럼 끝으로’.
끝없이 계속되는 훈화는 하숙집 대학생들에게 악몽이었습니다. 몇 년 전 다녔던 고등학교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문민정부 이전의 시절이니 학교에도 군사적 문화가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날씨가 덥든 춥든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조례가 거의 의무적으로 거행됐습니다. 어렵게 조례를 마치고 교실에 들어가면 담임선생의 훈시가 이어집니다. 교장선생님 같은 분이라면 또 한 번의 곤욕을 치러야 합니다.
모든 선생님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들 가운데에서도 간혹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있긴 있었습니다. 가령 소설 <완득이>에 등장하는 똥주 선생님 같은 분입니다. 이 소설을 몇 달 전 읽었는데 인상깊게 남았던 것이 똥주 선생님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입니다. <완득이>는 영화화돼 요즘 영화관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기사를 읽다보니 담임선생님인 똥주가 주인공 완득이에게 꼰대가 아니라 멘토로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해 놓았습니다. 학생들은 물론 꼰대보다 멘토를 더 좋아할 것입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0대 젊은이들에게 멘토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청춘 콘서트에 출연한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새롭게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배우 김여진씨, 개그맨 김제동씨 역시 젊은이들과 SNS로 소통하면서 멘토로 떠올랐습니다.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법륜 스님은 이 인기 멘토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멘토들의 멘토’라는 별칭을 붙일 만합니다. 법륜 스님은 12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쇄신파 모임인 ‘민본 21’ 회의에 참석해 “요즘 젊은이들은 정치나 종교·시민단체에 관심이 없고 (이를) 모두 ‘꼰대’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꼰대의 대표적인 특성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어법이 대표적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자신의 말만 하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도통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항상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댑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 식입니다. 그래서 꼰대는 늘 입으로 실천합니다. 반면 멘토는 몸으로 직접 실천합니다.
물론 여러분은 젊은 후배들에게, 아랫사람들에게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지금 당신은 꼰대입니까? 멘토입니까?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 주간경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112141612561&code=124
- 편집하는 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멘토" "멘토"를 찾는구나... 바야흐로 멘토의 전성시대다.
하지만 "개나 소나" '맨토' 노릇을 한다는 건 더 딱한 일이며, 실제 그 '멘토'들 거개는 오히려
'멘토'가 아닌 '꼰대'에 더 가깝기도 해서... 과연 이 일이 온당한가에 대한 고민도 좀 많고,
시국을 바라보는 심경 또한 그렇다. 이 대목에서 짐짓 "수구꼴통"들을 싸잡아 비판한다는 일,
정녕 내 가족들한테도 똑같은 화살을 겨누고 말할 수 있을까?...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다.
하물며 지하철 퇴근길에서도 쌍욕을 일삼으며 '천학'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어르신들... 또
선거철만 되면 마치 무슨 대단한 구국운동이라도 펼치는 듯한 그 긴 행렬을 바라보며, 과연
내 한 몸 한 생각들이 온통 세상과는 격리된 다른 세상 속에서만 살고 있진 않은지... 묻는다,
단병호 의장이 홀홀단신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건 '운동'을 펼친지도 벌써 몇년째가 흐른다.
비록 그 가시적 성과들이 당장 눈에 띄진 않아도, 고민하고 용기를 낸 이유는 있었겠지 싶다.
실로 '교육'의 힘은 막강하다. 그 위력은 도도하고도 더디기만 하고...
'교육'의 민주화는 결코 교단이나 강단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치열한 현장에서 전교조가 설립됐고, 또 올해는 "박근혜 퇴진"을 외친 용감한 교사들도 있다.
'멘토'도 마찬가지이리라... 말로만이 아닌, 몸소 실천하는 진정한 '선배'의 모습... 곧 그렇다.
어쩌면 숱한 세월 속에 이미 몸소 체득해온, 그 '선배'에 얽힌 추억 내지는 기억의 현재형?이
곧 지금의 '멘토'는 아닐까?도 감히 화두를 꺼내보는데...
- 진정한 '멘토'로 거듭나기, 비단 "시니어"들만의 몫도 또 아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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