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경제] 공포의 현실화

단테, 2015. 3. 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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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말하는 "구조조정" 즉 다운사이징 작업에 돌입한 듯하다, 임원들간의 미팅과 만남이 잦아졌고 또 정보에 대한 극심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조직의 궤멸은 늘 호황기의 흥청망청 써댄 돈과 인력의 낭비로부터 시작해 불황기의 입단속과 정보보안조치와 집단적 따돌림과 밀실행정으로 귀결된다. 힘은 늘 회사에 빌붙은 권력자들의 몫이며 숙청의 대상들은 늘 "실력" 운운하며 경영진과 지원조직을 질타해온 애사심만 가득한 기술자들부터가 된다. 왜 대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며 또 꽤나 실력이 있던 엔지니어가 본사 지원조직 같은 데서 일개 관료로 버티는 희한한 풍경들의 진짜 원인은 이 모순에서부터다.

대한민국 경제 전반이 어렵다고도 하며, 이번 위기의 심각성 역시 손쉽게 물러날 리는 만무하니... 그야말로 대책도 없이 서서 맞는 불화살 속의 운명이겠다. 속절없다. 때때금 황당하기조차 한 일들, 불과 얼마전까지 사내 조직문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신입공채도 수백명씩을 몇년째 뽑던 회사의 풍경치곤 참으로 황량해진 느낌이자 억지춘향과 같은 쇼맨십처럼 비치기도 할 일... 진정성 있게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오던 뜻있는 실력자들까지 이 시국엔 그저 고요히 침묵만을 지키며 사태를 응시할 뿐, 진짜 해결사는 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룹 본사 같은 데서 파견을 나왔다며 연신 완장을 휘두른 채 등장하기 일쑤다. 그래서 늘 조직은 최선은커녕 고작 차악의 직원들만을 남겨놓게 된다. 순수한 열정도 책임의식도 그 자리엔 없고, 다만 살아남았다는 안도의 한숨과 패배감 또는 사내정치의 승리감에 젖은 소아병 환자들만이 남게 된다. 그래서 웬만해선 함부로 할 일도 아닌 게 이 "구조조정"이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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