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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창]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 / 이순원
[한겨레]
함께 문학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사람도 있고, 젊은 시기에 글을 쓰고 싶은 꿈을 가졌으나 그것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아 나이 든 다음 이제라도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해야겠다고 다시 글쓰기를 붙잡은 사람도 있다.
함께 공부하며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문학지망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인터넷카페를 자주 둘러본다. 겨울이 되면 그런 문학카페들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나라 각 신문사들이 실시하는 신춘문예에 대한 정보와 당선작 발표 후 후일담들이다. 나도 예전 십년간 내리 신춘문예에 낙선한 적이 있어 저절로 가슴이 싸해지면서 그때의 심정으로 돌아갈 때가 많다.
응모 작품들은 심사를 거쳐 새해 첫날 신문에 당선자와 당선 작품을 발표한다. 어떤 신문의 어떤 기사도 신춘문예 당선작만큼 여러 지면을 한 사람의 생각과 말로 채우는 경우가 없다. 특별히 문예작품 발표 지면을 가진 것도 아닌 신문이 아직도 100년 전의 방식대로 매년 새로운 문인들을 배출해내야 하나 하는 신춘문예 무용론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서울에서 발행하는 중앙일간지와 각 지역마다 발행하는 지방일간지를 합쳐 전국의 스물다섯 군데가 넘는 신문들이 매년 신춘문예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응모자의 이름과 주소뿐 아니라 나이까지 밝히라는 대단히 야만적이고도 폭력적인 응모요강도 있다. 작품 공모에서 '나이를 까서' 나이가 많으면 불이익이라도 주겠다는 뜻인지, 프로필 사진을 첨부해 '얼굴을 까라'고 요구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런 걸로 미리 굴욕감을 줄 거면 그런 신문사들은 신춘문예는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겠다.
어쨌거나 작가지망생들에게 신춘문예는 한 해 동안 자신의 글농사를 다른 지망생들과 겨루어 품평을 받는 기회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신문이 같이 실시해 그 자체로 신인들의 문학축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러 욕심에 눈이 멀어 남의 작품을 은근히 표절하였다가 뒤늦게 밝혀져 당선이 취소된 사람이 있고, 표절은 아니지만 한 작품을 두 군데 신문에 응모하였다가 글 쓰는 자의 자세 문제로 애써 이룬 당선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올해는 어떤 신문 당선자의 응모 자격 논란에 대한 후일담으로 시끄럽다. 아마도 재등단에 대한 문제인 듯하다. 스물다섯 군데가 넘는 신문이 신춘문예를 하여도 지방지의 경우는 당선되어도 웬만한 문예지에서는 발표 지면을 주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상금을 주는 이런저런 이름의 문학상도 마찬가지다. 계속 문학 공부를 하는 중에 얼마간의 상금이 들어와도 지면을 주지 않으니 천생 중앙일간지나 다른 문예지로 재등단 형식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등단한 지 5년 이상 되는 기성 문인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국가기관에서 주는 창작지원금을 받고 기성 시인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주는 작품상까지 받은 문인이 다시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얘기였다. 여러 문학지망생들이 신문사에 항의도 한 모양이다. 내게도 묻는 사람이 있어 지난해 어느 분의 신춘문예 심사평으로 대신 말했다.
"글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글에 대한 마음이다. 마음의 바탕이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으면, 인생의 희로애락과 인간 생로병사의 비의를 탐색하는 데 있지 않으면, 그는 작가가 아니라 단지 글을 쓰는 기술자이다. 공자가 시를 '사무사'라고 한 이유를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글을 쓰는 마음에 삿된 것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참 어렵다, 이 길.
이순원 소설가
* 한겨레,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50109190012201
- 편집하는 말,
뜻하지 않게 신문에서 신춘문예에 얽힌 얘기들을 듣게 된다. 주말이 다 지난 늦은 밤, 새벽. 이순원의 글을 읽으며 나 또한 '등단'이라는 오래된, 케케묵은, 하지만 여전히 뜨겁기만 한 열정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꿈에 대해 생각한다. 언젠가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소통'을 의미함을 언급해둔 적이 있었지. 그 '소통'의 다른 형태와 방식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요즘, 문득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내 짧은 소견들이 새삼스러워질 적이 많구나...
가족들의 일상과도 전혀 별개인, 단 한번도 대화를 동반한 글쓰기가 아닌, 그저 내 방안에서 묵묵히 앉아 지금처럼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글쓰기는 결국 나 스스로한테 해보는 이야기일 뿐... 단 한번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함은 아니었지. 다만 이건 일기일 뿐이야,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며 글쓰기를 해온 까닭. 언제쯤 한번 누군가와 '소통'을 의도한 글쓰기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 과연 내 글쓰기는 어떤 양태와 문양을 갖게 될까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차례다.
부끄럽지 않도록,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그래서 오래된 차맛처럼 은은한 향을 펼쳐보일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글은 곧 사람의 마음이자 거울이라 했던가, 내 삶 또한 결국 내 글에 의해 드러나게 마련이니... 더더욱,
이제 새로운 또 한주다. 벌써 여러모로 바쁠 법한 시기인 요즘, 일과 속에서 내가 찾고자 한 '포지션'과 또 그 과정 중에서도 꾸준히 변치 않을만한 내 노정의 발자취 역시 어떤 태도와 음율로 내 일기 안에서 울려퍼지게 될까... 궁금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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