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년 1월 10일 (토)

단테, 2015. 1. 10. 21:44

글 / 잠에 빠져든 사이    


- 오늘의 편지, 

  

-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관한 포스트 한장...  

   

음악청년의 시대, Music of My Life 



문청 영청 이어 음청의 시대가 오다… 돈 벌려는 욕심보다 음악으로 행복 추구


서경대 실용음악학과에 다니는 김도윤씨(1년)는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를 따라 음악학원에 갔다. 평소에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그곳에서 가수 김범수의 라이브 공연 영상을 보고 갑자기 필이 꽂혔다. 음악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온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자 집에서는 반대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1학년 학교 축제 때 무대 위에 처음 섰다. 김씨는 "무대에 한 번 서 본 사람이라면 그 첫 경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던 가족들은 김씨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에야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허락했다. 하지만 김씨는 2년 연속 실용음악학과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김씨는 3수를 한 끝에 겨우 입학했다. 김씨는 "공부를 하면 그나마 뚜렷한 목표가 있지만 음악은 마냥 연습만 해야 한다"면서 "잡히지 않을 것같이 아득한 꿈이지만 그래도 음악이 좋다. 끝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

수백만명이 도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목원대 대학원에서 재즈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황희선씨도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가 음악을 인생의 목표로 삼은 것은 고1 때. 황씨는 "음악이 좋았고, 내 젊음을 바쳐도 음악은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고2 때 경향 실용음악 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의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의 연속이다.

황씨는 주위에서 음악을 그만두는 친구들을 보면서 '음악하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구나'라는 현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 역시 음악의 길을 가면서 후회할 때도 있었다.

"'난 음악을 하면 안 되나.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라고 스스로 물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황씨는 "나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을 찾으려 한다"면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문학청년(문청)이 젊은이들의 '로망'이었던 적이 있다. 그 로망이 영청(영화청년)을 거쳐 이제는 음악청년(음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에 인생을 거는 '음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늘어났다. 2015년 한 대학의 실용음악학과 수시입학 경쟁률은 무려 400대 1을 넘어섰다. 서경대 실용음악학과 장웅상 교수(학과장)는 "한 해에 6000~8000명가량이 실용음악 입시를 치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의 오디션 프로그램도 신청자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슈퍼스타K>에는 한 시즌에만 200만명이 넘는 가수 지망생이 신청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SBS 'K-POP스타'에도 전 세계에서 몰려든 가수 지망생들이 가수의 꿈을 안고 도전한다.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가히 음청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1970·80년대 젊은이들의 로망은 문청이었다. 시와 소설을 읽고 술자리에서 문인의 삶을 이야기하던 문청들은 당시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을 꿈꿨다. 40대가 되어서도 등단의 꿈을 버리지 않고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문청의 모습은 주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홍익대 앞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버스킹'(거리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소극적 감상자를 넘어 적극적 생산자로 

문청의 시대는 1990년대 들어 서서히 저물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영청이 등장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생이 배출되고 각 대학의 영화 관련 학과들이 인기를 끌면서 영화에 인생을 건 젊은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영청이 주춤하고, 가수와 연주자에 인생을 거는 음청의 시대가 도래했다.

'문청'이 돈과 명예 같은 가치에 앞서 문학성을 추구해 나갔던 것처럼 '음청' 역시 음악성을 다른 가치보다 우선하려는 삶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서경대 실용음악학과 2년 전유진씨는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모이면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음악을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기도 한다"면서 "물론 돈을 많이 벌면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한다면 돈을 벌지 못해도 좋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의 김도윤씨는 "지금까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음악만큼 열심히 한 것이 없다"면서 "사실 음악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서경대 장웅상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고통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물론 음악으로 성공하면 좋지만 이들이 금전적인 욕심보다 음악에서 행복을 추구하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문학이냐 영화냐, 음악이냐라는 대상은 달라졌지만 젊은 시절을 온전히 예술에만 바치고 싶어하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장웅상 교수는 "문청의 시대에 문인들이 멋져 보였던 것처럼 음청이라고 한다면 가수나 작곡가들이 멋져 보이는 것은 시대적 유행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호기 사회학과 교수는 문청 시대에서 영청 시대, 음청 시대로의 변화에 대해 "순수예술에서 대중예술로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은 전 지구적 흐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설과 연극에서 영화로, 클래식 음악에서 대중음악으로 문화적 흐름이 넘어가는 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음청 시대의 등장에 대해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대중음악 자체가 지닌 폭발력에 주목했다. 임 평론가는 "대중음악은 대중예술의 기본이자 대중적인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최근 젊은이들이 열광하게 되는 트렌드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임 평론가는 대중음악이 과거와는 다른 차원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 조용필씨 시대에 대중은 오로지 소비자이자 감상자로 머물렀다면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붐과 실용음악학과 붐은 젊은이들이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주체자로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본다." 조용필-서태지-아이돌로 이어지는 팬덤 문화와 다르게, 젊은이들이 대중가수가 되려는 꿈을 꾸고 직접 현장으로 뛰어드는 최근 현상을 짚는 말이다.

음청 시대는 부모 세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인호 핑크엠실용음악학원 원장은 음악을 자신의 길로 선택하는 학생들을 직접 현장에서 접하면서 학생들과 엄마의 관계를 통해 평균적인 시기를 분류했다.

"자신의 꿈을 가수로 생각하는 시기로는 중3이 가장 많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엄마의 이해를 구하면 고1 때쯤 실용음악 학원으로 많이 온다. 이런 아이들은 실제로 음악을 배우다가 적성에 맞으면 계속하고 맞지 않으면 포기한다. 하지만 중학교 때 엄마가 반대해서 음악을 포기한 애들은 나중에 엄마를 설득해 고2 때 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음악을 원하는 절실함은 더 강하지만 실용음악학과 대학입시로서는 약간 뒤늦은 선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돈을 중시하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지금 젊은 세대는 돈을 적게 벌어도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직업을 선택하려고 한다"면서 "이런 이유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에 인생을 바치겠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사회적 현상을 로널드 잉글하트가 말한 '탈물질적 가치'로 설명했다. 잉글하트의 주장에 의하면 사회가 발전하면 물질적 가치보다 탈물질적 가치가 중시된다. 김 교수는 "점점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하면서 자아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두게 됐다"고 말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옛날에는 음악을 하고 싶어도 전쟁 세대인 부모가 반대해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고 자식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대중음악을 자신의 업으로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취업난 같은 사회적 현상과 음청 시대를 결부시키는 시각도 있다.

신인호 원장은 "요즘은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기 힘들다"며 "이런 취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어차피 현실이 이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 낫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웅상 교수는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판·검사나 의사에 적용됐지만 지금은 연예인에게만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TV에서 본 성공담을 보고 젊은이들이 용이 되기 위해 대중음악 시장에 뛰어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M-net의 스타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촬영 현장. 참가자들이 서울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현실적으로 성공은 하늘의 별따기  

'음청'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좁은 문에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200만명이 몰려들고, 실용음악학과의 경쟁률은 수백대 1에 달한다. 이 같은 경쟁을 뚫고 나서도 앞날은 보이지 않는다. 음악으로 성공해 돈방석에 오른 가수나 연주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나마 고정적인 수입을 바랄 수 있는 인원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잘 되면 크게 성공하지만 극소수만이 성공할 뿐 나머지는 평균 이하가 되는 극과 극의 경쟁사회가 바로 대중음악계다. 서경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전유진씨는 "이쪽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까 심리적으로 크게 압박을 받기도 한다"면서 "마음속으로는 숫자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앞으로 버스킹(거리공연)도 하고 싶고,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과의 김도윤씨는 "주위에 그만두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서 몇백대 1이라는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면서 "집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지만 준비를 철저하게 해 정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실용음악학과 붐이 불면서 개인 레슨이나 학원 레슨을 통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들이 늘어난 것이 '음청'에게는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김도윤씨는 "어쩔 수 없이 보컬트레이너를 하게 되더라도 가수의 꿈은 끝내 버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문화시장의 바탕이 열악함을 아쉬워했다. 김호기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 인구도 많고 서로 교류를 하면서 시장이 넓지만 우리나라는 시장은 좁은 데 음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공급 과잉이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웅상 교수는 "음악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는 펀더멘털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저희들(음악평론가)의 입장에서는 음악이 자신의 인생이라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기쁜 이야기"라면서 "하지만 음악에 대한 욕구와 소망이 자아실현으로 갈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이뤄져 있어야 하고 대중음악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이런 기본 환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음악에 대한 욕망이 늘 현실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newsview?newsid=20150110151905483 

                      


- 편집하는 말,   

       

문득 '행복'이란 낱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이 단어가 혹시 '만족'을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인데, 실제로 '행복'이라 함은 어쩌면 단지 삶이라는 것 자체를 뜻할 수도 있다는 얘기... 나한테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딱 그런 맛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고, 단지 그렇게 살게 된 것 뿐이라는 얘기. 삶이라는 게 그렇구나... 그 자체가 '행복'이요 그래서 내게 '행복'은 결코 고귀한 수사도 대단한 꿈도 아닌 처연하고 팍팍한 일상과 동의어다. 

  

'긍정'? 이런 말을 쉽게 하긴 해도, 정작 그 의지를 갖고 '긍정'을 마인드로 무장하기 위해선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걸 몸소 체험한 지난 몇년 동안 어쩌면 내게도 이른바 '행복'의 일상성에 대한 일종의 개똥철학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고. 사진 밑에 붙여둔 포스트가 맘을 끈 건 딱 이 때문이다. 

  

긴 잠에 빠졌더랬다. 주말 첫날을 오로지 잠만 자다가 다 지나버린 저녁... 또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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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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