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4년 12월 24일 (수)

단테, 2014. 12. 24. 03:14

글 / 저 평등의 땅에        


- 오늘의 편지, 

   

  

    

[2030 잠금해제] 신분제 사회를 경계함 / 임자헌

    

   

[한겨레] 얼마 전 드라마를 보다가 매우 불편한 대사 한 구절을 듣게 되었다. 부잣집 집안일을 돌보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그 집 딸 방에서 깨진 거울을 쓸어 담고 있는데, 왜 거울이 깨졌느냐고 그 집 안주인이 묻자, "아가씨가 오늘 무슨 화나는 일이 있으셨나 봐요. 화병을 집어던지시는 바람에…"라고 대답한 부분이었다.


'아가씨'는 뭐며, 극존칭은 또 무언가? 도우미 아주머니는 신분제 사회의 하녀가 아닌데 말이다. 요즘은 이런 장면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지난해 크게 인기를 모았던 <상속자들>이란 드라마에서는 주인집 식구들이 도우미로 일하는 모녀와 같은 집에 살면서도 현관문조차 달리해 사용하고, 주인집 아들과 도우미 아주머니의 딸 사이에서 '너와 내가 사는 세상은 다르다'거나 '내가 넘을 수 없는 문턱이 있다'거나 하는 등의 대사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이것이 정말 자연스러운 것인가? 우리는 민주사회,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이 맞나?

 


 

며칠 전 승객을 태운 채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나가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너트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사주의 명령으로 회항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었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드라마 장면들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행패라 불러도 무방할 행동으로 승무원을 대한 것이나 자신의 항공사를 이용해주는 승객들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을 보며, 저 사람은 신분제 사회를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장이 되는 것과 신분제 귀족은 다른 건데 종종 착오가 일어나는 것 같다. 누군가를 고용한다는 것은 단지 회사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제공받는다는 것일 뿐이고 누군가에게 고용된다는 것 역시 그저 회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계약에 의해 제공한다는 의미일 뿐, 양쪽은 서로 동등하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 군림할 권리도 없고 한쪽이 다른 한쪽에 위축되어 끌려다닐 이유도 없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목을 맨 정책과 성공제일주의 교육으로 인해 민주나 평등, 존엄의 개념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그저 달리기만 했던 우리 사회는, 길 끝에서 풍요가 아닌 경기침체와 극도의 취업난을 만나게 되자 돈과 힘을 무작정 숭배하기 시작했고 이는 민주사회에 신분제가 자리잡을 수 있는 토양이 돼주었다.


땅콩 회항을 보며 세월호가 떠올랐다. 생때같은 아이들이 잔잔한 바다에서 왜 그대로 죽어야 했을까? 아이들보다는 내 생명 같은 밥줄을 쥐고 있는 상부의 힘이 더 먼저 보였기 때문이다. 유가족들과 그 슬픔에 동조하는 많은 이들이 단식과 서명운동을 벌이며 진실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권력이 우리가 아닌 위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의 마지막 법정 장면이 떠오른다. 국가를 '윗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공안 형사에게 변호사 우석은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개념으로 서 있는 사회인지 분명히 살펴야 하는 시점이다. 세월호에서 땅콩 회항까지, 우리가 주권을 가진 1인이고 돈의 격차와 상관없이 동등한 존엄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포기한다면 사회는 한없이 허약해지고 잔인해질 것이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귀족만 안전하다. 귀족이 되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겨도 안전할 수 없다. 그런 절망을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비극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임자헌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직책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41221191006748 

                                                                         


- 편집하는 말,   

       

크리스마스 이브... 휴일을 앞둔 서울과 도시들의 풍경과는 전혀 별개로, 적막하기만 한 파주에서의 새벽을 맞는다. '평등론'이라는 책이 있었지... 문득 그 생각이 나 도서정보를 잠깐 검색해보고, 또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해야 될 몇가지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현장에서의 한주 한주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데, 이 짧은 시간들을 쪼개서 내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까도 잠시 생각해보는 중.     

어느덧 벌써 연말을 맞는다. 2014년 역시 예상대로 그리 만만치 않았던 얘기들... 또 어떻게 이를 정리해내고 마무리할 것인가도 생각해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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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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