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등단의 길... 오래 묵은 김치 앞에서
- 오늘의 편지,
[문화산책] 다시, 신춘문예의 계절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11월이 깊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면 나도 모르게 달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각 종합일간지의 신춘문예 마감이 코앞에 닥치는 시간인 것이다.
가끔 외국 작가들을 만나 언제부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느냐는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신춘문예 제도에 대해 설명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외국 작가들은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우리와 비슷한 문예지 추천 제도가 있는 일본 작가들의 경우에도 매해 1월 1일, 여러 신문사를 통해 동시에 신인작가가 배출되는 일은 처음 본다며 놀라곤 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우리의 신춘문예 전통을 따져보면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춘문예의 역사는 한국 신문의 역사와 그 궤적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창간된 한성순보 이후 각종 신문ㆍ잡지 지면에서는 독자의 문예물이 소개되었고 독자 투고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다 1919년 11월 매일신보가 현상공모를 내면서 처음으로 '신춘문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1920년 1월 발표된 당선자 명단을 보면 주요한, 노자영 등 우리가 알만한 문인의 이름들이 비로소 등장한다.
이후 동아일보는 1922년 1월 1일자로 한시(漢詩) 장르만을 대상으로 한 독자 문예 공모 제도를 시행하였고, 마침내 1925년 1월 2일 '신춘문예'라는 명칭의 공고를 하기에 이른다. 모집 장르는 요즘과 달리 가정소설, 동요가 포함되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점차 뜨거워져갔다고 하는데 이는 수치 상으로도 쉽게 증명된다. 1935년 2.300명에 달하던 조선일보 신춘문예 응모자 숫자가 1939년에는 5,300여 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80년이 흘렀다. 이제 신춘문예가 어떤 제도인지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영향력과 규모의 측면에서 신춘문예는 오랫동안 우리 문단의 신인 발굴에 유력한 젖줄이 되어 왔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유명 문인은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물론 신춘문예 제도에 대해 모두가 따뜻한 눈길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언론기관에 의해 문인의 재생산 구조가 독점되다시피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 문학의 '이벤트화'에 대한 걱정, 지나치게 촉박한 심사 일정 등으로 자칫 진정한 실력자가 뽑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노파심까지 신춘문예를 둘러싸고 논의해 볼만한 주제는 다양하다. 문학공모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한때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은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작품보다 안정적인 작품을 선호한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고, 신문들마다 단골로 본심 심사를 맡는 문인들이 있으니 그들의 취향을 잘 분석하여 투고할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학의 몰락이 공공연히 언급되는 시대, 신춘문예라는 제도가 1 년에 단 한번 뿐인 어떤 축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신춘문예 예심 심사를 하다 보면 신춘문예가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전 국민의 행사임을 깨닫게 된다. 원고 말미에 초등학생임을 밝힌 투고자, 자신이 살아온 신산한 이력을 절절한 문장으로 첨부한 투고자, 한국전쟁에서 헤어진 첫 사랑과의 사연을 200자 원고지에 육필로 꾹꾹 눌러 쓴 투고자도 있었다. 정성껏 묶어 보낸 이들의 원고 앞에서 문학적 잣대를 들이대며 작품의 완성도를 꼼꼼히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삶의 어떤 것이 이들로 하여금 글을 쓰도록 했는가, 왜 그들은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가, 그렇게 만드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하는 것이다.
다시 신춘문예 공고가 났다. 어느새 '2015'라는 숫자가 붙어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원고를 다듬고 또 다듬고 있을 미지의 그분들을 상상한다. 나는 또 어떤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게 될까. 모두의 문운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이현 소설가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41114202008498
- 편집하는 말,
시사IN의 첫마디가 인상적이다. "문학이 인디가 된 시대"...
그만큼 문단은 높고 험하며 가시밭길일 뿐이니까, 또 심지어 그 길에 들어서는 순간조차도
제 맘대로 안된다는 일이니까. 그 길에 들어서려는 자들 모두가 꿈꾸는 관문, 신춘문예다.
한때 " 조감독 연봉 200만원" 담화를 둘러싼 충무로의 현실을 곱씹던 시절이 있었지,
물론 지금의 영화계 또한 전혀 그때랑 크게 바뀐 것도 좋아진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이 방면에선 가히 지존 격일까? "연봉 제로"에 도전한다는 일은 고로 많은 것들을 결심해야 하는,
동시에 더 많은 무언가를 스스로 포기해야 하는 <용기>이기도 하다. (때론 자만이더라도)
연말연시를 맞는 매해마다 설레임 가득한 정경 또 풍경 중 하나인 이번 신춘문예 역시 또 어떤
낭보들과 얼굴들을 소개하게 될까? 수수하면서도 벅찬 이 첫눈과도 같을 만남이여...
인스턴트 시대에 케케 묵은 김치 한그릇을 놓는 마음은 필경 '그리움'일 테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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