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팔월의 주말... 폭염, 바다 또는 방콕?
- 오늘의 편지,
[기자칼럼] 전문가 상실의 시대
정부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된 유언비어 단속에 나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유병언 시신이 맞다"고 밝혔음에도 '유씨가 살아 있다', 혹은 '국과수가 부검결과를 조작했다'는 식의 괴담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유병언 시신을 둘러싼 의심은 일부 누리꾼만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국과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57.7%로 '신뢰한다'(24.3%)의 두 배에 달했다. 과연 국과수를 못 믿겠다고 하는 것이 국민들 탓일까.
정부·여당은 때때로 "전문가 말을 안 믿고 온라인상에서 돌아다니는 괴담에 국민들이 너무 잘 속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집단에 대한 신뢰추락은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집단치고 제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월호 사고 직후, 해양수산 관련 대학 교수와 연구원들은 입을 닫았다. 여객선 분야 전문가인 모 대학 교수에게 의견을 구하니 그는 홍보실을 통해 허락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홍보실 담당직원은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 어떻게 기사를 쓸 것인지를 물었다. 그런 다음에야 취재를 허락했고, 해당 교수는 답변에 응했다. 그러고도 해당 교수는 "잘못 나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한 해양수산전문연구원은 아예 연구원들에게 '이 시간 이후 언론과는 일절 접촉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부 눈치보기는 4대강 사업 때가 절정이었다. 사석에서 만난 한 환경 관련 연구원은 "4대강 사업은 2000년 이후 진행해온 환경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에게 "여론화시킬 테니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자 "그냥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자칫 정부에 반하는 말을 했다가 미운털이 박힐 경우 밥줄인 용역이 끊기고 각종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자본에도 무력하다. 프랑스 학자 피케티의 < 21세기 경제학 > 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자 모 경제연구원에 "우리도 한국식 소득불평등 연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해당 연구원은 난처해하면서 " < 21세기 경제학 > 을 이제 주문해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다"는 말로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우리 연구소는 기업 지원을 받고 있어 기업과 관련 없는 내용은 연구하지 못한다는 것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기업유보금 과세도 마찬가지였다. 최경환 경제팀이 기업유보금에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토론자를 찾았지만 대학과 연구원에서는 찾지 못했다. "기업에 찍히면 사외이사도 못하고 각종 협찬을 받을 수 없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사회권력도 겁난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가 터졌을 때 의견을 구하자 다수의 정치·사회학 교수들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면 답변을 어려워했다. 아직 사건이 명확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사안 자체가 예민하고 조심스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몸을 사리고 있다는 느낌이 수화기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전문가 중에서 정치 및 자본권력과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다른 목소리는 주로 시민사회단체의 몫이다.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없다"고 비난한다. 사회가 붙여준 '전문가'라는 호칭에는 학자적 양심에 대한 기대감이 포함돼 있다. 경제, 환경,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달라는 요구다. 그런 의미에서 국과수에 대한 불신은 국과수만을 향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 전문가집단 전체를 향한 경고다. 전문가들이 입을 닫을 때 그들의 권위는 사라진다. 바야흐로 전문가의 위기시대다.
< 박병률 경제부 기자 >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40801213509735
- 편집하는 말,
세월호 참사는 유병언 회장의 죽음을 놓고 설왕설래며 왈가왈부하는 동안, 내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게 혹시 은폐/조작 수법은 아닐까? 하는... 공연히 그런 의심을 들게 만든 건 거꾸로 언론의 힘이었다.
바야흐로 언론독재의 시대다. 대안언론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비단 여기서 그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휴가의 막바지, 내지는 주말을 맞는다. 느즈막히 잠에서 깬 아침... 벌써 덥기만 하고,
오늘은 또 어디로 향할까? 막상 이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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