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일기

[기타] 월드컵 MVP?

단테, 2014. 7. 1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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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브라질 월드컵도 이젠 3·4위전과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놓는다. 

지난 유로 2008부터 남아공 월드컵, 또 유로 2012까지 전무후무한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몰락과 예선탈락이 첫번째 화제로 등장했던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와 화두는 다름아닌 '전술'일 것이다. 가히 "포백의 전성시대"를 구가해온 21세기 현대축구에서 놀랍게도 스리백 전술이 먹혔다는 것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의 히딩크 감독을 연신 떠올리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올해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새로이 맡게 될 반 할 감독은 대회 초반부터 줄곧 이 화두의 중심을 차지했으며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가장 처참했던 몰락은 스페인보다도 브라질일 것 같다. 준결승까지는 네이마르의 활약 속에 그리 우려를 갖지 않았음에도 독일한테 1-7로 허망히 무너진 결과는 두고두고 회자될 법한 얘기다. 또 반대로 독일은 그래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우승후보로 점쳐지게 된다. 독일한테 무릎을 꿇은 스타들은 또 있다.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호날두는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조국의 예선탈락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역시 예선 초반의 독일전에서 0-4 대패의 굴욕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었다. 

  

조국의 '미네이랑 참사'를 부상과 함께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네이마르, 예선탈락과 함께 조국에서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호날두에 비하면 그래도 메시의 아르헨티나와의 접전 끝에 승부차기 패배로 아쉽게 탈락한 네덜란드는 비교적 양반 축에 낀다. 특히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두골 이상의 경기력을 대회 기간 동안 내내 보여준 아르옌 로벤의 활약은 가히 눈부시다. 첼시의 무링요, 브라질의 스콜라리 감독이 이구동성으로 그한테 MVP를 주어야 마땅하다고 입을 모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 다만 아쉽게도 월드컵 트로피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 제일 큰 결격사유가 된다. 

   


- 지난 준결승 때 모습. (로벤과 메시) 

    

가장 많은 눈들이 쳐다보고 있는 유일하게 남은 수퍼스타는 바로 메시다. 아르헨티나의 우승만을 염원해온 조국 팬들 앞에서 만약 그가 정말 트로피에 입을 맞추게 된다면 그는 MVP를 넘어 역대 최고 선수의 반열에 등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는 설령 그가 우승에 실패한 영웅이 되더라도 어쩌면 MVP에 이름을 올리게 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그의 가장 큰 적은 현재 독일이다. 

  

우승후보 1순위로 떠오른 독일의 스타는 아무래도 토마스 뮐러다. 바이에른 뮌헨의 골잡이기도 한 그가 MVP가 된다 해도 전혀 놀랍진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그래도 그가 MVP를 수상하기 위해서는 결승전에서의 골 내지는 우승 트로피 정도가 더 필요해보일 것 같다. 역대 최다골 기록을 세운 팀내 동료이자 최고령 골잡이인 클로제도, 또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해낸 필립 람 역시 MVP 후보로 결코 손색이 없지만, 굳이 내게 MVP 투표를 하라고 한다면 나는 차라리 "팀"을 택하겠다. 독일은 MVP가 아닌 "팀"으로서 빛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준결승까지의 명장면들 또한 그렇다. 스페인을 침몰시킨 로벤의 골, 유일하게 빛난 수퍼스타,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존중하기 위해 대승의 경기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완주해낸 팀 정신. 

- 이렇게 해서 MVP는 셋으로 압축된다. 로벤 그리고 메시, 아니면 (그리고) 차라리 독일팀. 

  

그리고 적어도 최종의 결론은 3·4위전과 결승전을 다 지켜본 다음에 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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