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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같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온 지 불과 삼십여분만에 도로 마주한 메모는 이제 일기를 대체하는 공간인지도 모르겠고, 페북에서 끊긴 장문의 편지를 쉬이 다시 찾아 읽기도 수월치가 않은 마당이라... 형 생일은 또 언제였는지? 날짜도 모른 채 지나치는 숨가쁠 달력 속에서 가끔은 턱하니 숨을 내뱉고 힘을 내려놓고픈 충동이 들 때가 많다. 무얼 하러 애토록 긴장하며 살고 있을까? 다 부질없는 욕심이여... 하면서도 끝끝내 내려놓기가 또한 쉽지가 않고, 마치 떠나고 없는 옛 애인에 대한 그리움처럼 그저 사무친 미련일 뿐인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며 눈앞의 소중한 일들에 망각하는 건 아닐까... 아침의 출근길, 매서운 파도처럼 터프한 일상이 지배하는 한가운데에 서서 바람소리를 듣는다. 이 바람은 또 어디서 왔고 무슨 안부를 품었길래 이토록 달려드는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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