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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박찬욱 감독의 초기작 <복수는 나의 것>을 다시 읽다. 2000년 즈음의 개봉관에서 겪던 난해함 뿐인 기억인데, 세월이 흐른 탓인지 결코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는 여유조차 생겨버린 나를 깨닫는다.
... 미필적 고의가 결과 뿐인 평가 속에서 얼마나 허망한가가 주제라면 주제인데, 늘 각 에피소드의 카타르시스는 다음 장면에서 파멸을 맞는 스토리도 새삼 흥미롭다. 이 영화가 과연 리얼리즘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적이나, 브레히트의 지론에 따르자면 이 역시 한편의 훌륭한 상징적 리얼리즘이 될 수도 있겠다. (하긴 다분히 '시적'인 리얼리즘은 전형적으로 뮤직비디오와도 같은 몽타쥬에 일정 부분 기반을 두곤 한다.)
... 뜻하지 않게 당대 최고 출연진의 십수년전 얼굴들을 다시 보는 기분이 새롭다. 이제 국가대표급 배우로 성장한 송강호, 신하균과 배두나의 젊은 매력 그리고 오광록의 마지막 씬도 흥미롭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류승범, 류승완 형제의 출연도 있었구나... 단지 배두나의 캐릭터가 다소 신비스러우면서도 동기부여가 현저히 떨어진 부분이 감독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다분히 계급적인 숱한 장면들이 누구의 실제비평이 주창한 학설대로라면 박찬욱 특유의 '복수' 시리즈가 형상화한 계급투쟁의 스토리라인을 자꾸만 연상케 만든다. 말이 좀 무거워졌다. 편하게 말해, 복수는 허무했다. 작가가 일부러 회피했는지도 모를 화해적 분위기가 애써 외면한 절망감을 이끌어내기엔 충분할만큼...
... P.S. 그만큼 세태에 찌든 채 잔인해졌을까? 잔혹한 블랙코미디만큼 읽는 내 시선의 늙은 무게가 오히려 더 벅찰 때도 있다. (별점을 굳이 남겨두려면 최소 셋 이상 또 넷까지도 충분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지인들한테 추천하고픈 생각은... 여전히 김기덕 감독의 그것들과 닮았다고만 에둘러 말해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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