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ff & Cafe :
* 리쌍 (feat. 장기하와 얼굴들) - 우리 지금 만나
... 아침 출근길에 잠시 듣던 노래,
아마도 올해 최고의 싱글을 뽑는 데 있어
이들을 놓치진 않으리라,
- 적어도 "방송횟수" 1위는 따논 당상,
...
...
[아침햇발] 지식은 그들만의 무기가 아니다 / 신기섭
한겨레 | 입력 2010.10.28 21:40
[한겨레] 올해 나온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읽은 걸 들어보라면 < 셜록 홈즈가 틀렸다 > 를 꼽을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주변 사람 반응은 확실히 그랬다. 만화영화 < 명탐정 코난 > 을 즐겨 보는 소녀는 내 손에 들린 책의 제목을 확인하자마자 "홈스가 범인을 잘못 알았다는 얘기냐"고 물었다. 호기심 가득한 두 눈을 반짝이면서 말이다. 평소 내가 읽는 책에 별 관심 없던 40대 여성은 "다 읽고 넘겨달라"고 했다. 이 책이 화제가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같은 저자가 쓴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에 대해 온갖 논평을 하던 사람들조차 이 책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
'명탐정'이 '읽지 않은 책'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알 길 없다. 다만 < 셜록 홈즈가 틀렸다 > 의 전반부가 지루하기 이를 데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명탐정에 얽힌 비밀을 아무한테나 알려주기 싫은 사람처럼 책을 썼다. 본론에 앞서 작가와 소설 주인공의 관계, 주인공의 자율성 등 따분하고 생소한 문학이론을 길게 논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작가 몰래 독자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생각까지 늘어놓는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독자들이 지쳐 떨어질 때쯤, 바야르는 홈스가 맡았던 '바스커빌 가문'의 살인사건 진범을 찾아나섰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또다른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진범'을 확인한 뒤 책장을 덮을 때쯤 되면, 앞부분에서 지루하게 읽은 문학이론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홈스를 창조해낸 코넌 도일이 홈스를 죽이지 못해 안달했는지 모른다는 주장조차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런 재미난 독서 경험은 어린 학생들은 좀처럼 누릴 수 없다. 지루한 앞부분을 견뎌내기도 어렵지만, 꾹 참고 끝까지 읽더라도 진짜 묘미를 느끼기 어렵다. '작가 도일과 주인공 홈스의 갈등 관계'라는 설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책을 소개하려고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건 아니다. 왜 학생들이 따분할지라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지 얘기하고 싶어서다. 지식이 없으면 볼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것도 말하고 싶어서다. 또 쓸데없는 지식보다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게 훨씬 낫다는 주장에 작은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서다.
물론 책 읽고 외국어 배우고 수학에 매달려야 세상 이치를 터득한다는 건 턱없는 소리다. '죽음의 교육'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호응을 얻어가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식으로 무장하면 세상 이치를 더 빨리 터득할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볼 수도 있다.
한번 더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본다. 20년 전 우연히 미국 좌파 잡지 < 먼슬리 리뷰 > 를 접하곤 바로 매료되었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어떤 문제의식을 정확히 짚어내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글을 잡지에서 발견한 덕분이다. 그 글은 내 문제의식을 한마디로 요약할 이름(용어)까지 알려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꽃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떤 사태에 맞춤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 개념화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을 맛봤을 때의 짜릿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식은 소득과 교육 격차를 강화하며 성벽을 쌓아가는 그들만의 무기가 아니다. 영어가 외국어고 입학 허가서이기도 하지만, 셜록 홈스와 대화하거나 다른 세상을 맛보는 도구이기도 하듯이 말이다. 좋은 직장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지식 쌓기 경쟁에서 탈출하는 것도 훌륭하지만, 지식을 세상을 바꿀 무기로 갈고닦는 것도 값어치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말할 경지는 못 될지언정 '지식이 너희를 강하게 하리라'라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명탐정에 얽힌 비밀을 아무한테나 알려주기 싫은 사람처럼 책을 썼다. 본론에 앞서 작가와 소설 주인공의 관계, 주인공의 자율성 등 따분하고 생소한 문학이론을 길게 논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작가 몰래 독자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생각까지 늘어놓는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독자들이 지쳐 떨어질 때쯤, 바야르는 홈스가 맡았던 '바스커빌 가문'의 살인사건 진범을 찾아나섰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또다른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진범'을 확인한 뒤 책장을 덮을 때쯤 되면, 앞부분에서 지루하게 읽은 문학이론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홈스를 창조해낸 코넌 도일이 홈스를 죽이지 못해 안달했는지 모른다는 주장조차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런 재미난 독서 경험은 어린 학생들은 좀처럼 누릴 수 없다. 지루한 앞부분을 견뎌내기도 어렵지만, 꾹 참고 끝까지 읽더라도 진짜 묘미를 느끼기 어렵다. '작가 도일과 주인공 홈스의 갈등 관계'라는 설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책을 소개하려고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건 아니다. 왜 학생들이 따분할지라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지 얘기하고 싶어서다. 지식이 없으면 볼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것도 말하고 싶어서다. 또 쓸데없는 지식보다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게 훨씬 낫다는 주장에 작은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서다.
물론 책 읽고 외국어 배우고 수학에 매달려야 세상 이치를 터득한다는 건 턱없는 소리다. '죽음의 교육'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호응을 얻어가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식으로 무장하면 세상 이치를 더 빨리 터득할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볼 수도 있다.
한번 더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본다. 20년 전 우연히 미국 좌파 잡지 < 먼슬리 리뷰 > 를 접하곤 바로 매료되었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어떤 문제의식을 정확히 짚어내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글을 잡지에서 발견한 덕분이다. 그 글은 내 문제의식을 한마디로 요약할 이름(용어)까지 알려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꽃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떤 사태에 맞춤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 개념화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을 맛봤을 때의 짜릿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식은 소득과 교육 격차를 강화하며 성벽을 쌓아가는 그들만의 무기가 아니다. 영어가 외국어고 입학 허가서이기도 하지만, 셜록 홈스와 대화하거나 다른 세상을 맛보는 도구이기도 하듯이 말이다. 좋은 직장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지식 쌓기 경쟁에서 탈출하는 것도 훌륭하지만, 지식을 세상을 바꿀 무기로 갈고닦는 것도 값어치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말할 경지는 못 될지언정 '지식이 너희를 강하게 하리라'라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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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읽은 신문 기사 하나,
그래... 지식은 원래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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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하루하루를 지내는 요즘, 그럼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무언가 내게도 얻는 게 있다는 얘기일진대... 대뜸 떠오르는 건 비로소 제대로 된 '기획'을 한다고나 할까?
이른바 (내가 지어낸 말인데) "with P/L"이라는 거다. - Financial을 근간으로 하는 형태로서의 기획.
기존의 업무분장과는 전혀 다른 형태대로 내 업무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대단한 축복이다.
그만큼 내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는 의미일 테며, 그 차원에서라도 내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은, 있다.
임원분들과 너무 자주 만나야 하고 또 그래서 어렵고, 회의나 미팅이나 보고가 한꺼번에 잔뜩 밀려서
가끔은 우왕좌왕할 때도 있지만 그게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한테 위안을 던져볼 뿐,
정작 내 가장 중요한 할 일들은 다름아닌 이 일의 본연적 책임을 다하는 것 뿐이다.
제대로 생각이 정돈되지 못한 채 너무 급박히만 달려온 이번 한주도 이렇게 저문다.
주말 내내 차분히 좀 쉬면서, 또 한편으로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즌의 과정 중에서
또 내년의 계획 역시 함께 구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도 한, 또 한번의 10월이구나...
- 이번 주말, 꼭 찾아보고자 하는 마니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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