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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전략투표'를 한 셈이 돼버린 이번 대선, 9년만의 정권교체는 뜻깊고도 울울한 앙금을 남겼습니다. 한표가 아쉬워 서로 물고 뜯는 구태적 행태는 그래도 시간이 더 흐르면 치유될 수 있겠지만... 머나먼 '진보'의 길을 자처한 숱한 이들에게 이번 대선 성적표는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어서입니다. 제일 먼저 정의당과 그 후보 진영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건네고자 하는 이유예요. 늘 일제에, 독재에, 재벌과 국가권력의 폭압에 맞서 항거하며 견뎌내온 이들에게 굳이 또 다른 이유에서가 아닌 말 그대로의 '동질감'을 느낀 선거이기도 했죠... 그래도 청소년 모의투표에선 30%가 넘는 득표율로 당당히 2등을 했다면, 그게 곧 '미래'라는 찬사를 굳이 해두려 합니다. 밤새 속 쓰린 맥주에서도 정신이 또렷했던 건 심상정 후보와 그 지지자들의 눈망울이 연신 떠올라서였습니다. 잘했습니다. 장합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요.
비록 표는 정의당에게 던졌어도 내심 압도적 승리로 당선되기를 응원한 민주당과 문재인 당선인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자 하며... 부디 "나라다운 나라"를 재건하는 데 주저없이 치열하시라 응원섞인 주문을 하려 합니다. 기회는 평등해야 하며, 과정은 공정해야 할 것이고, 또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그 약속을 지키신다면 역대 최고의 정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눈앞에 놓인 세월호 수습, 사드 배치 재검토, 북핵 이슈의 해결 그리고 유시민 작가가 언급한대로 '보편적 복지'를 향한 굳센 신념 등등을 제일 먼저 요구할 테나... 한편으로도 줄곧 40%대라는 박스권이 곧 지지기반이요 한계라는 인식으로 '협치' 또는 외연적 확대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함을 함께 숙제로 받았다는 게 이번 결과에서의 중론일 테죠. 비록 불의와 타협하는 일은 없어야 한대도 청년과 노인이 소통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공동체의 회복은 포기가 아닌 지향의 대상이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분노의 정치'가 아닌 '희망의 정치' 그리고 '배려의 정치'를 보여준다면 아마 이 한반도에도 곧 태평성대 같은 고색창연한 단어까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픕니다.
이유가 어찌됐든간에 '미래'를 놓고 한수를 선보였던 국민의 당 또 안철수 후보에게도 일정한 평가는 필요하겠습니다. 수도권과 호남에서의 무시 못할 지지는 그들이 갖는 핵심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결과였네요. 특히 정책과 공약의 성숙도나 진정성과는 또 별개인 '문제의식' 하나만큼은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이 시대의 고민을 잘 짚어냈다고 봅니다. 다만 이제는 '증오'가 또 다른 '증오'를 낳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후진적인 지역주의나 애매모호한 이념논쟁 등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도 진지하게 모색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요.
사실 이번 대선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제 점수를 땄던 후보는, 그게 설령 동정표의 일종이라 해도, 바른정당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유승민 후보였습니다. 불과 100일도 안돼 자기 집에 불질러놓고 야반도주한 격이 된 철새 국회의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완주를 해내며 특히 TV 토론에서 보여주었던 학식과 기량은 역시 이 나라 정치에도 또 '보수'라는 타이틀에서도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봅니다. 단지 진보냐 보수냐를 놓고 진영논리로만 접근해온 기존 선거판에 비해 '진정한 보수'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점도 그들에겐 값진 소득이자 민주-진보 진영에게도 좋은 교훈을 함께 안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결국 최종적으로야 내키지 않은 승복을 했겠지만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체제"라는 대결구도를 상정해놓고 극단적인 투쟁성만을 호명해온 이들이 있습니다. 무려 90석이나 되는 의회권력과 두차례의 정권을 통해 얻은 기득권으로 끝까지 버틴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건넵니다. 누구 말마따나 후보의 개인적 재능 탓에 매우 심각하고도 훨씬 더 비판적일 시각들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린 건 분명하지만, 또 그게 지나친 비열함과 후진적 정치형태의 하나였다는 점도 확실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지난 촛불의 민심을 애써 외면한 결과라고 충분히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무려 25%대의 지지율을 보였다는 건 그만큼 이 나라 정치가 앞으로 해야 할 과제들도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웅변한 대목이라고 봅니다. 그 점에 대한 평가를 굳이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헌법이 수호될 수 있는 나라,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나라, 돌봄과 나눔 그리고 진정한 배려를 늘 잃지 않는 나라, 도전과 용기를 위한 실패를 허용할 줄 아는 나라, 나만의 열걸음보다 다함께 한걸음을 내딛는 게 훨씬 더 가치가 있음을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할 줄 아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익과 안보와 미래는 그 토대 위에서 건설하는 편이 훨씬 더 맞다고도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그 가치들을 최우선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유의 실현, 평등의 실천, 박애의 구현을 애써서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게 곧 정의와 상식으로 통용될 수 있는 그런 멋진 나라를 스스로부터 제일 먼저 앞장서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오월이네요... 광주,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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