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일상] 지혜의 숲

단테, 2014. 8. 2. 11:27

 

...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책들의 높이, 이건 독서가 아닌 장식이야. 미리 일깨워주고. 철 지난 세미 클래식들이 오롯이 조용한 홀 안에 울려퍼지고, 몇몇이 쓰러져 잠든 동안에 아이들 몇은 또 뛰돌며 제 부모를 찾아나선다. 한가득 제 위용을 자랑하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앞에서 내가 그토록 읽은 시집들만큼이나 빽빽하기만 한 숲을 쳐다본다. 나른함을 강요한 공간에는 전혀 나른하지 않은 채 발길들이 오가고 저마다 설레임이 묻은 눈빛이 가까운 책장들을 가리키고. 책 한권 꺼낼 마음도 없는 채 두리번대다 몇줄 낙서만을 끄적인 나도 이제 곧 이 공간마저 떠날 차례인가 보다. 책을 읽기보다 책들 앞에 멈춰서 시간을 마치 정지시키기라도 하듯 또는 기억을 현재형으로 치환하는 짧은 프로세싱을 위한 작은 공간, 도서관. 시집들 책제목마다 빼곡한 시인들이 저마다의 음성으로 여름밤 풀벌레 소리들마냥 요란할 것만 같은데, 스피커에서 연신 퍼져나오는 통기타의 선율만이 지배하는 세상. 침묵의 언어는 서서히 풍경 한장이 된 채 스스로 멈추어선 혁명과도 닮았다.

...

'단테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출판도시, 길을 잃다   (0) 2014.08.03
[일상] 저녁 노을,   (0) 2014.08.02
[일상] 출판도시   (0) 2014.08.02
[일상] 출판도시 휴게소에서 컵라면을 먹다   (0) 2014.08.02
[일상] 폭염주의보, 일몰  (0) 201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