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5년전, 어쩌면 여기부터 다시

단테, 2014. 4. 28. 07:56

 

...

황망히 세상을 등진 그도 사실 본인만의 책임은 인격과 인품보다는 정책 쪽이었겠지, 현역 때도 은퇴 후에도 해야 할 많은 일들을 고수란히 남겨놓은 채 무거운 화두를 무겁게 새겨둔 비석 하나가 남았다. 결코 가벼울 수가 없을 이 명제가 지난 5년 동안 내내 닳기만 한 까닭은 동시대를 살아간 모단 이들의 합의였거나 또는 합의를 조장한 무책임함과 불의였을 뿐이고, 운명의 화살이 비로소 가슴팍을 관통하니 이제서야 그걸 깨닫는 건지도 모르겠다. 세월의 닳는 게 비석 하나 뿐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헤지고 듬성듬성 지워진 글귀를 도로 각자 꺼내 먼지를 치우고 붓과 칼로 글자들을 돋아나게 하고 마음 속에 도로 차차 새겨가는 일은 고통스러워도 해야만 할 일이며, 또 훗날에도 이를 다시 꺼내볼 차례가 됨은 비로소 모두가 인지해야 할 일. 역사의 과거는 항상 미래를 향한 유일한 나침반이었으며, 인간의 창조력 역시 그 나침반 덕분에 비로소 '진보'를 이루게 되는 것이지 헛된 야욕과 몽매한 공상은 수도 없이 파멸의 경고음만을 들려주었다. 그때마다 억울히 희생당한 가족과 동포며 이웃 그리고 인류의 겁없이 커져만 가는 죄과의 이력은 이제 어찌해야 하나... 더 이상은 안될 곳 같다. 최소한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라 함은 이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요, 더 이상은, 절대로 물러설 수 없음이기도 하구나...

...

'단테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 단원고, 꽃다발   (0) 2014.04.28
작년, 이맘때...   (0) 2014.04.28
주말의 다섯장, 새로운 한주  (0) 2014.04.28
문학회 동기들과의 만남,  (0) 2014.04.26
며칠 동안의 이미지들,  (0) 2014.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