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ff & Cafe :
* [Live] 김광석 - 서른 즈음에
... 아마도 학전 공연이었을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립구나,
...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 광 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 만에
우리는 모두 오랜만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 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중장기 전략 보고가 아침부터 있었어서 오늘은 본사 빌딩부터 출근을 했다.
사장님을 모시고 이런저런 지침들을 전해 듣고, 전략기획실 사람들과 함께 한 점심
그리고 또 오후에는 종로타워에서의 시간들이 있었으며 명동으로 도로 이동해온 후
이런저런 업무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던 하루 일과였구나
일과 중에 문자 메시지로 전달받은 후배 아버님의 부고, 퇴근하자마자 대림역까지
찾아갔으며 오랜만에 문학회 선후배들을 만났고 늦은 밤까지 안부를 나누다.
용겸 형, 난식 형, 홍규 형 그리고 정호, 성원이, 상철이, 인수, 대혁이, 정성이 그리고
우준이랑 처음 본 후배녀석까지, (그러고 보니, 용겸 형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몇명
만난 이후 또 이리 처음이구나... 어쩌면 앞으로도 조사 때에나 이리 만날까 싶은데)
...
자정이 넘은 퇴근길, 문득 김광규의 시가 떠오른다.
언제 우리는 다시 詩를 이야기하며 소줏잔을 기울일 날이 있을까, ... 그러기엔 다들
너무나 늙어버렸다...... 일상도 가족도 심지어 자기들만의 우주와 사상마저도, 그게
못내 아쉽고 서러울 법도 하나... "찬란한 인생", 이라는 것이, 결국은, 그렇다.
- 그렇지 않은, 불같은 인생을, 그 기억들을, ... 모처럼, 추억하다.
요즘 내 자주 쓰는 말처럼이라면야, 그 추억들이 다시 '기억'으로 '현재화'되는 그날
그날과의 <조우>를 꿈꾸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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