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미네이랑, 브라질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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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패배였다.
클럽 축구 역사상 이보다 더한 희랍비극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월드컵에서 그것도 역대 최다우승국인 브라질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펼쳐진 준결승에서 1-7의 대패를 당했다. 상대편이 제 아무리 독일이지만 역대급 참패로 기억될만한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은 아예 과거로 묻힐만큼 오늘의 일전은 가히 센세이션이다.
다섯시가 조금 넘었을까? 궁금해서 리모콘을 누르자마자 TV에서 클로제의 역대 최다골 경신과 2-0 소식을 접했는데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5-0까지 순식간에 벌어지고 만다. 어안이 벙벙했다. 후반전 역시 졸전을 거듭한 끝테 조국 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뛴 선수들은 저마다 표정이 침통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돋보인 건 독일의 포스다. 압도적인 대승의 상황에서도 끝끝내 베스트 일레븐으로 철저히 상대방을 무력으로 제압하며 유린하는 저 강자의 잨인함은... 아마도 끝끝내 우리나라 민족성에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근성 같기도 했다. 측은지심이 없는 강자...
결국 후반에도 두골을 더 내준 채 7-0으로 끝나나 싶던 경기 막판에야 비로소 마지막 자존심으로라도 한골을 챙겨 경기는 7-1로 독일의 대승. 브라질 축구 역사상 가장 참혹한 패배를 받아들이게 된다.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부터 그랬다. 초 치는 소리 같았어도 세월호 참사가 해결도 안된 마당에 무책임으로 일관한 위정자들과 집권여당은 오로지 월드컵만 손꼽아 기다렸을 게다. 예선탈락. 정신 좀 차리라고, 잊지 말라고 그토록 강조했건만 일찌감치 짐을 싼 국대의 성적에도 정치권은 이미 몇달의 기억을 팔할 이상은 까먹은 모양새다.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그곳 역시 천문학적 금액을 퍼붓는 월드컵을 반대한다며 곳곳에서 시위가 열리곤 했지... 네이마르와 4강 안착 등이 그 민심을 잠시 무마시켰을 뿐이고. 이제서야 비로소 브라질은 스스로의 민낯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될 것 같다. 선수들과 감독을 탓하기 전에 환상만 심게 된 연유부터 살펴보는, 빅브라더 같은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조종당하기만 한 것도 혹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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