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마지막 황제 호나우두,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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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호나우두 얘길 한 적이 있었다. FC바르셀로나에서 '전설'을 쓴 첫번째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MVP에도 불구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야 비로소 뒤늦게 대관식을 가졌다. 그것도 8골을 기록한 득점왕 타이틀과 함께... 두번째 그도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명성을 뒤로 한 채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도전을 했는데, 그를 가로막은 자는 다름아닌 '지구방위대' 사령관 지단과 EPL 득점왕 앙리였으며 결국 즉위를 하지 못하였고 "호나우딩요" 즉 작은 호나우두라는 별명은 어느덧 역사 속으로 묻혔는데... 현존하는 세번째의 그도 발롱도르 수상의 기쁨은 잠시, 독일에게의 대패와 함께 조국의 예선탈락을 지켜보는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일컬어 아직도 '호날두'라는 이름을 쓴 연유도 어쩌면 아직까지 마지막 황제로 기억되는 첫번째의 그를 넘진 못했다는 평가가 아닐까? / 새로운 황제를 대체한 건 어쩌면 이제 감독이거나 클럽 또는 전술이 아닌가 한다. 바르샤의 '티키타카'와 펩, 이번 월드컵의 반 할과 스리백 등이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대표하고 저물어가는 사비, 이니에스타와 떠오르는 네이마르 또는 부활하는 로벤 등은 모두 이 자장 안에서 핵심적 주연이긴 해도 정작 스스로 황제로 군림할 '포스'까진 아니다. 이에 가장 근접한 후보는 그래서 메시다. - 공교롭게도 첫번째 호나우두와 두번째 그리고 메시가 시대를 번갈아가며 함께 뛴 클럽은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가 클럽 랭킹 1위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어쩌면 역사가 된다. 올해 챔스 우승을 열번째로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의 역대급 유일한 라이벌이기도 한 구단. - 리오넬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가 비로소 월드컵 4강까지 올랐고, 곧이어 함께 오른 로벤의 네덜란드와 결승 문턱에서 맞붙게 됐다. 한 팀은 마라도나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또 다른 한 팀은 전번 월드컵 준우승과 요한 크루이프 이후 세계 축구의 흐름을 선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차례도 밟아보지 못한 월드컵 우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현재 판세는 약간 네덜란드가 앞서는 모양. 다만 부족한 팀을 이끌고 만약 메시가 우승의 꿈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면, 어쩌면 대가 끊긴 '황제'의 새로운 즉위식을 볼 날이 될 수 있겠다. 이미 발롱도르 4회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한 시즌 역대 최다 골 기록만큼이나 그가 보유해야 마땅한 타이틀이 이 월드컵 우승이고 또 그래야만 비로소 "마라도나 시즌 2"에 동의하는 일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 즉위에 실패한 채 쓸쓸히 월드컵을 떠난 두번째, 호나우딩요의 직속 후배이자 대체자로 바르샤를 현재의 구단으로 이끌고 있는 그가 이번 도전에서 결실을 맺게 될까도 무척이나 궁금한 대목. 게다가 혹시 우승에 입을 맞추게만 된다면, 어떤 이들은 이제 "메시가 펠레와 마라도나를 능가한다"는 새로운 도전적 명제를 제시하게 될 것도 같다. 마지막 황제 호나우두조차 전성기를 넘어서야 가능했던 월드컵, 호나우딩요 역시 자신의 전성기를 이와 함께 누려보진 못하였던 월드컵, 호날두에게는 오히려 절망의 상징처럼 돼버린 이 월드컵, 현재 전성기를 구가중인 리오넬의 꿈이 다음 월드컵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오히려 그만큼 이번 월드컵이 다시 없을 최대의 기회임도 분명하기 때문에 더 절실할 수밖에 없겠다. 만일 그가 실패한다면, "마지막 황제"의 타이틀 역시 새로운 탄생까지는 꽤나 요원한 시간만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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