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티티파스와 동아물감

단테, 2014. 3. 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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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브랜드를 만날 적마다 느끼는 반가움은 마케팅에서 가르치는 Storytelling Marketing의 잔잔한 힘을 새삼 느끼게 만들어준다. 어렸을 적마다 아빠가 사다 주신 호빵과 산도와 초코파이를 잊을 수가 없듯이 모나미와 동아연필의 금박로고가 새겨진 새 학용품을 면도칼로 사각사각 깎던 기분 역시도 마찬가지리라. 한 세대를 풍미했다면 그 스토리는 이제 흥미진진해서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가끔씩 해당되는 아티클 하나에도 쉽게 향수에 젖곤 하는데 (이는 특히 파란만장했던 프로 스포츠의 역사나 정보기술의 격동시대처럼 흥미진진한 경우가 많기도 해서) 여전히 주류 브랜드나 시장의 절대권위를 자랑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게 존경받아 마땅하다. 적어도 그들이 비단 전설 뿐이 아닌 동시대의 살아 숨쉬는 반려자라는 느낌만으로도 정서적 공감대를 갖는 사람들이 무척 많기 때문인데, 단지 경영상의 효율화라거나 글로벌 시대의 재무장 등으로 간판까지 바꿔버린 시대는 확실히 아쉬움과 서운함의 딱 절반 가량에 머물게 되는 소식 또는 앞날의 추억이 될 테지... GoldStar의 추억 같은 게 그렇다. / 문방구에서 티티파스와 동아라는 브랜드를 보면서도 그런 반가움이 드는 건 특히 그랬다. 아이들한테 손에 쥐어주고 혹여 퇴근한 저녁 무렵에 그 아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함께 쳐다보면서도 무언가 해줄 말 같은 게 있다면 적어도 앞세대를 살아온 장본인으로서 이는 맘껏 제 흥에 겨워 얘기해줄 수 있는 으쓱함일 텐데, 오히려 요즘 아이들이 그런 스토리에 대해 얼마나 궁금해 할 지도 좀 의문스럽긴 해도. 브랜드가 갖는 가치 역시도 단지 그 기업의 최근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 또는 고객만족도 따위 이상으로 그들이 갖는 역사에 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왜 아직도 대한민국 사람들 머릿속에 글로벌 강자인 삼성과 네이버보다도 투박하기 짝이 없는 현대나 다음 같은 부류에 더 애착을 갖는지도 이로써 충분히 설명할 수도 있겠고... 못살던 시절에 처음 나온 포니랑 아파트도 그렇고 느려터진 전화케이블로 인터넷이란 걸 처음 접속했을 때 제일 먼저 내게 공짜 메일주소를 건네준 이들도 그렇기 때문에 (실은 개인적으로 내 최초의 메일주소는 한겨레가 런칭한 하니메일 서비스였는데 아쉽게도 이미 잊혀진 추억이 됐다. 다음이 두번째 메일주소였고) 아마도 꽤 오랜 세월 동안에는 이 첫사랑과도 같을 아련한 추억들이 결코 사라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 확실히 인간은 기억의 동물이요, 추억의 동물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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