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퇴근, 꽃비

단테, 2013. 4. 22. 19:24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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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준 시인의 단평 하나,

http://www.poemlane.com/bbs/zboard.php?id=notice3&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67

퇴근길, 출근길에 떠올린 이형기의 <낙화>를 읊는다.

주초임에도 앞길이 막막하기만 할 요즘, 가끔씩 두런두런 옛얘기들을 뒤적거릴 때도 많지만

어쨌든간에 가야 할 길은 분명히 정해져 있고, 또 그렇게 가야만 하는 법이니까...

P.S. 꽃비라도 뿌릴 때인가 모르겠는, 모처럼 핀 꽃들인데 며칠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